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1조 및 유동성 부족자금 0.3조
아시아나, 90% 고용유지 및 10% 이익 공유 요건 지켜야
코로나 이전 경영난 겪은 쌍용차와 지원 형평성 논란도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이 확정된 가운데, 지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안기금은 금리가 높고, 고용유지 등 지원 요건도 까다로워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금액은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자금 3000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이며,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이다.

기안기금 심의위원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항공업 전반의 위기 상황에서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M&A가 무산된다면, 대규모 실업 사태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는 등 국가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그간 심도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5월 말 출범한 기안기금의 1호 지원기업이 될 전망이다. 당초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에 가장 먼저 지원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한항공 측에서 기안기금 신청을 미루면서 기안기금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있었다.

업계에서는 기안기금의 자격요건이 까다롭고 금리도 시중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청을 망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안기금은 항공·해운·조선·자동차·일반기계·전력·통신 등으로 업종이 제한됐고, 금리도 시중금리+α로 책정됐다.

또 지원 받고 6개월간 최소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하고,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 자구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지원금액의 최소 10%를 주식연계증권으로 발행해 이익을 공유하도록 한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걸림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고용안정과 정상화 이익 공유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하는데, 기안기금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더 높다. 그렇다보니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기안기금 신청 여부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기안기금 외의 다른 수단이 더 유리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기안기금 투입이 확정되면서 6개월 간 고용유지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기안기금 지원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구조조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내외의 어떤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감축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분리 매각이다.

기안기금 지원 받은 기업이 이를 계열사 지원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앞서 진행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추가 자구 계획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며 “컨설팅을 할 때 자회사 매각 등을 검토할 것이다.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라든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8조7000억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은 2291%에 달했다. 이번 기안기금이 모두 투입되고 나면, 차입금은 10조6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하지만, 부채비율은 1418.6%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이번 지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구조적으로 부실화된 기업은 기안기금 지원 요건이 안 된다는 것이 그간 금융당국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기금운용심의회 관계자는 “기금은 산은법상 설립목적과 운용취지를 감안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경영애로를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난을 겪어온 쌍용차는 기안기금 지원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7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쌍용차는 기안기금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안기금은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함인데, 쌍용차의 경우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다며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면서 “코로나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인데, 기안기금 지원이 이뤄졌다. 이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