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렸나?...고속성장에도 웃지 못하는 전기차 배터리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9 14: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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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 호조로 3분기 적자 부담 감소
코나 EV 화재 등 연이은 안전성 논란에 ‘냉기류’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성장통일까 위기일까.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계가 진통을 앓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잇따른 ‘안전성’ 논란으로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이에 배출가스와 연비 규제에 직면한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생산을 서둘러 늘리고 있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220만대에서 2025년 1200만대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시장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2016년 150억달러였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3년 만에 388억달러로 2배 이상 팽창했다. 특히 친환경차로의 전환 본격화와 맞물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25%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5년에 1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출처: SNE리서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급팽창 덕에 국내 업계에는 훈풍이 불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35.1%에 달했다. 1위인 LG화학(24.6%)은 물론, 삼성SDI(6.3%), SK이노베이션(4.2%) 모두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LG화학은 테슬라 모델3(중국산), 르노 조에, 포르쉐 타이칸 EV이,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EV, 포드 쿠가 PHEV, BMW 330e가,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 EV와 현대 포터2 일렉트릭, 소울 부스터 등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덕분에 이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16..2%)과 비교해 2배 이상 뛰었다. 

 

반면 한국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일본과 중국 업체들은 전체 점유율이 떨어졌다. 일본은 파나소닉과 PEVE의 점유율이 모두 하락했고, 중국 역시 CALT 외의 업체들 점유율이 내려 앉으며 부진했다. 

 

이로 인해 장기 투자를 이어가며 개화를 기다렸던 업계는 3분기 적자의 부담을 내려놓게 됐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은 지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00억대 중후반대으로 흑자 폭을 넓힐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SDI은 3분기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다가설 것으로 보이고 설비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수주 물량을 소화하며 적자 폭을 줄여나갈 전망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특정 상위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비주류 업체나 신생 업체가 새롭게 시장 입지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생산설비 확충을 서두르면서 시장 주도권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안전성 논란에 시름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전 3시40분꼐 와부읍 주민센터 주차장에 세워진 코나 EV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모처럼의 호재에도 불안한 기류가 흐른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포드, BMW 등이 연이어 전기차 리콜에 나서면서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까닭이다.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주민자치센터에서 급속충전 중이던 현대차 코나 EV 차량 뒷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내외를 포함해 14번째, 이달 들어서만 3번째 화재사고다. 

 

앞서 코나 EV 화재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제조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의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배터리 내부 합선이 발생했다”며 배터리셀 제조 불량을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LG화학은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해왔다. 이 와중에 또다시 코나 EV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문제에 대한 조사와 리콜은 해외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M의 쉐보레 볼트 EV 화재 사고 3건에 대해 조사 중이다. 2017년에서 올해까지 생산된 볼트 EV 7만7842대가 대상이다. NHTSA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볼트 EV가 주차된 상태에서 뒷자리 아래에서 불이 났다는 점에 주목, 배터리 결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BMW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화재 위험성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2만6700여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포드도 지난 8월 쿠가 PHEV 등 2만7000여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코나 EV와 볼트 EV에는 LG화학의 제품이, 포드와 BMW에는 삼성SDI의 제품이 각각 탑재된다. 배터리업체들이 셀을 납품하면 완성차업체들은 배터리팩과 모듈, 관리시스템(BMS) 등을 만들어 전기차를 완성한다. 배터리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마진’이 낮게 설정됐거나 냉각수 누출과 같은 문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 정부가 배터리에 무게를 두면서 국내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것만으로 제품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데다 완성차업체와 원인 규명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면 협력관계가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과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분리막 기술을 고도화하고 니켈 함량을 높이는 것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라며 궁극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미래 배터리 기술력을 퀸텀 점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원인 규명에 앞서 시장을 위축시킬 예단을 지양하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 건설적인 방안을 논의할 때”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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