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분양 문턱을 낮추고 있다. 청약 호황기에는 20%까지 올랐던 계약금 비율을 낮추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까지 내거는 등 수요자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한 분양 사업자들은 ‘계약금 10~15%’ 조건을 내걸고 금융혜택도 제공하는 등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조건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평균 경쟁률 63대 1로 1순위 마감된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의 계약금 비율은 15%로 지난해 5월 같은 감일지구에서 분양했던 ‘하남 포’월시티’ 계약금인 20%보다 5%나 내렸다. 또한 지난달 청량리에서 분양한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역시 계약감으 10%대였다.

대우건설이 이달 분양에 나서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도 전용면적 59㎡와 84㎡의 계약금 비율을 10%로 낮출 예정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계약금은 20%, 중도금은 60% 이내 범위에서 정하도록 한다.

따라서 그동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전체 대금 가운데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인 ‘10-60-30’ 납부 방식이 일종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청약 열기가 뜨거워짐에 따라서 상당수 단지가 계약금 비중을 20%로 올렸다.

계약금이 높으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초기 자금 확보가 수월해지고, 현금 여력이 큰 수요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약포기 위험이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이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은 중도금 무이자 대출 같은 금융지원이나 무상 발코니 확장 등의 혜택도 내걸고 있다. 지난달 대림산업이 경기 고양시에 공급한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는 발코니 무상 확장 서비스를 내걸면서 평균 2.8대 1로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다. 또 경기 용인시 동천동에서 분양된 한화건설의 ‘수지 동천 꿈에 그린’의 경우에도 계약금이 10%, 중도금 60% 무이자 대출 조건으로 분양됐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은 건설사가 이자를 대납할 만큼 자금조달 능력이 더 필요해 부담이 가중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같은 혜택을 제시하는 건 지난해 청약제도 변화와 대출 규제 강화로 청약 열기가 식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청약시장에선 양대 지표인 경쟁률과 가점이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3.8대 1로, 지난해 4분기 기준 16대 1보다 떨어졌다.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1분기 8.6대 1로, 전 분기 37.5대 1에 비해서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서울 청약 가점도 1순위 마감 단지 기준 작년 4분기 57점에서 올해 1분기 44점으로 낮아졌으며, 심지어 10점대 청약 당첨자까지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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