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포럼에서 “가치 측정 고도화될수록 기업도 바뀌어”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표준화 및 보상체계 필요성 지적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최태원 SK 그룹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표준화하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ESG 측정과 회계 반영을 위한 논의에 앞장서고 있다. 바스프, 도이치 뱅크, 노바티스 등 전세계 14개 기업과 비영리법인 VBA을 만들어 국제적인 ESG 측정 표준을 연구 중이다. SKVBA 부의장사를 맡고 있다.

 

최 회장은 3일 최종현학술원과 일본 도쿄대가 지구환경 위기와 글로벌 거버넌스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도쿄 포럼 2020 개막 연설을 통해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펜데믹과 환경위기와 같이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차원의 ESG 경영을 가속화하고, 특히 인간에 대한 공감(共感)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SK가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육성 뜻을 기려 설립한 최종현학술원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한 최 회장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이 환경재앙을 초래한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에 우리는 살고 있다우리는 환경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들을 궁극적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방법론들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SV)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가속화 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며 각 기업들은 이미 ESG 경영 추진 노력 및 성과에 따라 시장에서 가치(Value)를 평가받고 있는데, 이러한 가치 측정체계가 고도화될수록 기업들의 행동도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ESG 경영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명확한 수치로 산출하고, 이를 보상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ESG 경영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VBA와 사회적 가치 측정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한편,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통해 사회적기업 제품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이런 전략과 시스템들은 우리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무엇보다 코로나와 환경재앙, 무관심, 증오 등으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능력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ESG 경영이 고객 가치를 강화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 그는 근본적 혁신(딥 체인지)으로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ESG 경영을 통해 방향성을 구체화할 것을 주문해왔다. 실행력을 높이고자 최고경잉인(CEO)가 직접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ESG 경영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3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고, SK텔레콤 등에 전담조직을 꾸려 전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학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각국 참가자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진행된 이번 도쿄포럼에는 글로벌 석학과 국제기구 관계자, 기업인 등 40여명이 참여했고, 온라인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약 4500여명이 시청했다.

 

포럼 첫날인 지난 3일 특별대담 세션에는 도미닉 오프리 세계경제포럼(WEF) 수석이사,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연구소 소장,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UN기후변화협약 전 사무총장 등이 참여해 글로벌 자연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장 방안들에 대해 토론했다.

 

포럼 둘째날인 4일에는 지구 환경자산 보호 및 관리방안, 글로벌 음식 공급·소비 변화 및 순환경제 촉진 시스템 구축, 환경보호를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활용 등 주제를 놓고 패널 토론이 진행된다.

 

포럼을 공동 주최한 도쿄대의 고노카미 마코토 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코로나, 기후변화와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사이버 공간에 축적된 빅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저감 및 환경보호 방안을 찾아내고 인간의 행동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사회는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회복 등을 위해 수 십년에 걸친 장기적 안목으로 관련 정책들을 입안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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