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장순휘 정치학박사]북한 김정은 정권이 자위적 체제안전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야했다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 체제보장을 해주고 미·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전제한 것이 북핵 협상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출구전략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3여 년간 매달렸던 북핵 6자회담의 재탕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물 건너가거나 갔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거 1994년의 미·북 제네바합의와 2003년 북핵 6자회담의 개시,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 2007년의 2.13합의는 모두 체제생존에 매달린 북한에 대한 포괄적 패키지를 선물했다.

즉,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미북 국교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협정, 북한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수로 및 중유지원, 대규모 경제지원 등 북한정권이 생존할 수 있는 포괄적 생존방안을 제공했으나 북한은 지원만 받고 핵무기 개발을 극비리에 추진하는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해왔다.

1992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금지”하고 “핵재처리시설과 농축우라늄시설을 보유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할 것을 명시했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은 결국 의미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으로, 핵무장개발을 위한 시간 끌기 전술에 불과했다.

2018년초 이후 북한은 대외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도 구체적 추진내용을 밝히지 않는 애매모호한 언어전술을 썼다.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위협 제거를 명분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기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대남적화노선은 북한정권의 노동당 규약이다.

북한은 겉으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말해왔지만 속으로는 핵을 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전형적인 장기 협상전술 구사해 온 것이다.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나 1년 3개월 동안 진행해 온 비핵화 프로세스가 원점으로 복귀(re-set)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제3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탑-다운방식의 북핵 실무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미국과 북한의 제로섬(zero-sum)게임방식으로는 결론이 불가하고 시간만 끄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정부는 북한비핵화는 미북 간 외교문제로 넘기면서 ‘평화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화해무드는 정상들의 만남이 마치 평화를 가져온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그래도 전쟁보다는 부분적 비핵화가 낫다”, “북한은 절대로 우리 민족에게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과 같이 북한이 베푸는 ‘선의적 평화’는 국가안보의 관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적에게 평화를 구걸하는 상황이 되면 나라는 망한 거나 다름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북한의 핵무기·핵시설·핵물질이 제거된 ‘완전한 비핵 평화’여야하고,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해결 원칙과 이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문정부의 평화는 우선적으로 종전선언으로 선언적 평화를 조성하고,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준비 없는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려고 한다. 여기서 평화협정체결 전, 남·북 군축협상이 합의돼야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평화협정은 남북군사당국간 재래식무기 군축합의와 동시적으로 추진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 재래식전력의 불균형을 군축으로 조정하는 것이 평화의 진정성이다.

현정부의 남북평화프로세스에는 선언적 문구에 집착하는 ‘낭만적 평화’, ‘감성적 평화’, ‘쇼이벤트식 평화’를 한반도 평화로 과대 포장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특히 외교안보적으로 심각한 변수는 미국의 대선과 한국의 총선이 다가 온다는 것으로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를 재선의 도구로 이용하고자 북한과의 데탕트를 성과로 주장하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강경정책을 변경할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내년 총선용으로 전방위적 남북교류사업을 추진하여 ‘평화분위기 띄우기’를 확산 할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이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주도권(initiative)이 북한 김정은에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호기를 잡은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이 결렬을 선언하고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하면,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실패한 것이고 북한은 핵보유강국으로 자동 등극한다. 이후 이 사태를 “누가, 어느 나라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국가안보의 암담한 미래위기를 예견하면서 이것이 틀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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