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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가계 신용대출 이자도 함께 하락할 것이라던 기대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은행들도 신용대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따라 대출 금리도 낮추게 되면 가계대출 수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소비자가 누려야 할 혜택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자본 확충이 어려워 신규 대출 중단 상태인 케이뱅크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내 17개 은행들의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4.02%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은행별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보면 최대 3%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는 곳도 있었다. 전북은행이 6.4%로 가장 높은 금리를 보였으며 한국씨티은행이 5.20%, 광주은행 4.65%, DGB대구은행 4.42%, KDB산업은행 4.39%, IBK기업은행 4.15% 등으로 모두 4%대를 넘기는 수준이었다. 이어 KEB하나은행은 3.63%, KB국민은행 3.49%, 신한은행 3.38%, 우리은행 3.32%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3%대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보였다.

작년 9월부터 시작된 가계 신용대출 이자율 하락세가 3개월 만에 멈춘 것이라고 전문가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처럼 은행 신용대출 이자율 하락세는 멈추는 엇갈린 흐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작년 7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동안 두 차례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바 있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는 낮아지는데 신용대출 이자 하락세에는 제동이 걸린 이유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 부작용 발생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은행들이 금리가 더 낮아지지 못 하도록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가계 신용대출 증가율을 봤을 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들의 작년 말 신용대출 잔액은 92조633억원으로 지난해 말 84조8074억원이었던 데 비해 8.6%인 7조2559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해당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은 467조4411억원에서 498조3096억원으로 6.6%안 30조8685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약 2%포인트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총량 조절까지 요구하면서 은행들 입장에서는 신용대출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 등의 판단이다. 은행에서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 이자를 내렸다가 자칫 신용대출 고객이 몰리기라도 하면 당국 측 제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가계 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간리하라는 권고를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은행에서 해당 비율을 넘기면서 올해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4대 은행들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신한은행이 9.0%였으며 하나은행 7.8%, 우리은행 5.6%, 국민은행 4.7%로 대부분 당국 측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못 한 모습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 규제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그만큼 대출 이자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고객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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