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암보험 미지급’은 없었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생명보험업계 1위이자 사실상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막대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암보험 축소지급 의혹’ 이슈와 관련해서도 1위의 위상을 놓치지 않는 모양새다.

이미 삼성생명과 즉시연금 분쟁으로 불편한 관계가 된 금감원이 보험사에 암보험 입원금 지급 재검토를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암보험금 전부 지급 비율은 업계 최저는 물론 업계평균(38.5%) 1/3수준에도 못 미치는 12.5%를 나타내 ‘쇠귀에 경 읽기’로 평가되고 있는 것. 사실상 소비자는 물론 금감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거친 투우소의 면모로 비춰지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의 순이익이 지난해 생보업계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하락한 상황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37.5%(1조7364억원) 늘어나며 독보적인 수익을 냈는데 이에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소비자가 청구하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 속에 조만간 부활이 예고 된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삼성생명을 정조준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삼성생명은 시정 움직임을 보이기보다는 최근 사외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차관출신 3인방을 선임하는 등 금감원과의 격전 준비를 다지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 측은 자칫 보복 수사 프레임으로 공격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삼성생명 압박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도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는 삼성생명의 질주를 조명해봤다.

즉시연금 전액지급 금감원 권고에도…법원 소송
“요양병원 통원치료 직접치료 아니다?”감정논란
‘수익은 홀로 늘고’…보험금 지급률 압도적 꼴찌
생보사 전부수용 평균 38.5%…삼성 홀로 12.5%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보험사별 암보험 입원 보험금 지급 재검토’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보험업계가 금융감독원의 보험금 지급 재검토 권고에 따라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전부 지급을 평균 38.5%(203/527건)로 수용한 가운데, 1/3 수준인 12.5%(36건)만 수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보험금 축소지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일부수용’은 업계 최고 수준인 66.2%(190건)이었다. 삼성생명 외에 업계 빅3를 구성하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일부수용이 각각 4건과 11건이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독보적인 수치다. 나머지 보험사들은 일부수용 건이 전혀 없다.

이와 관련, 전부수용이란 보험 가입자의 청구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한 경우를, ‘일부수용’은 보험금의 일부분만 지급하거나 특정 기간에 대해서만 입원비를 지급한 경우를 의미한다.

전부수용건수로 비교하면 삼성생명이 12.5%(36/287건)인데 반해 한화생명은 69.5%(57/82건 ), 교보생명은 50.7%(38/75건)으로 차이가 크다.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전부수용률은 69.58%(167/240건)까지 올라간다.

당초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이 문제가 된 것은 암의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금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의 모호성 때문이었다. ‘암의 직접 치료’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아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을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느냐’가 소비자와 생보사간 쟁점이 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작년 9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보험사에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기간 입원 ▲암수술 직후 입원 등에 대해선 생보사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한 뒤, 이후 각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재검토를 권고했다.

대다수 보험사가 이를 상당부분 수용했지만,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 수용 여부 결정을 미루다 업계 최저 수준의 수용률을 보인 셈이다.


업계 최고 순이익 삼성생명, 소비자 쥐어 짠 이익극대화?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에게 가장 인색한 결정을 내린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7367억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5% 늘어난 수치로, 한화생명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35.2% 감소하고 미래에셋생명이 53.9%, 오렌지라이프가 8.5% 감소하는 등 생보업계의 작년 순이익이 전년대비 크게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은 생보업계의 군계일학이었던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익추구를 위해 소비자의 피해에 눈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특히 금감원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 전액 지급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이를 거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는 점에서 비판 수위가 가중되고 있다.

보험금 줄이기 위한 ‘의료자문 남용 의혹’ 1위도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을 듣는 데에는 암보험 축소지급 의혹 외에 의료자문 남용 의혹이라는 또 다른 배경도 있다.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적게 주기 위해 의료자문을 남용한다는 의혹이 일자 금감원이 지난해 말부터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용을 막기위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올해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험사 중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로 나타난 것. 두 회사는 각각 지난해에만 3분기 기준으로 5767건, 1만4172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한 바 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여부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구하는 제도다. 문제는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남용해 소비자의 보험금 지급 요청을 거절 또는 삭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자문제도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자문을 하는 것이므로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 여지가 있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의료자문 실시 건수의 약60%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정이 났다. 아울러 보험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2014년 총 5만4399건이었던 의료자문 건수는 2015년 6만6373건→2016년 8만3580건→2017년 9만8275건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6만5733건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對금감원戰 이사회 구성?…盧-李-朴 정권별 차관 1명씩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보험금 지급관련 권고에 소극적인 수용으로 일관하자 삼성생명은 부활을 앞두고 있는 금감원 종합검사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즉시연금과 암보험 분쟁은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알아서 모범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언급, 삼성생명 정조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생명은 총 4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정부부처 차관 출신의 고위 인사로 구성했다. 이에 보험금 지급관련 문제 시정은 뒷전이고 금감원과의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지난 21일 신임 사외이사 직에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을 선임하면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까지 전직 차관 3명을 보유한 이른바 어벤저스 이사회를 구성했다. 나머지 1인은 한국보험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근창 이사다.

이창재 신임 이사는 사시 29회 출신으로 법무부 차관을, 강윤구 이사는 행시 16회 출신으로 복지부 차관을, 허경욱 이사는 행시 22회 출신으로 기재부 제1차관을 역임한 바 있다.

이 중 특히 임기가 남은 복지부 차관 출신 강윤구 이사와, 재선임된 기재부 차관 출신 허경욱 이사 2명은 작년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금 권고에 이를 거부하기로 결정한 이사회 멤버다.

정권별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강 이사는 노무현 정부(2003~2008년), 허 이사는 이명박 정부(2008~2013년), 이 이사는 박근혜 정부(2013~2017년)에서 차관을 지냈다.

이는 역대 3개 정부의 차관 출신을 한 금융사가 한꺼번에 보유한 것으로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금감원과 제대로 한 판 붙을 준비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삼성생명에게 정작 소비자는 뒷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미지출처=네이버거리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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