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290명 이상 사망…종교갈등이 불씨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기독교 대표 기념일인 부활절(21일) 오전 8시 45분경(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등 3개 주요도시의 성당과 교회 3곳, 호텔 3곳, 게스트하우스와 공동주거시설 등 총 8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퍼스트와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로 인해 현재까지 290명이 숨지고 500명 넘게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몇 시간 앞서 신화통신은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인용해 사망자 수가 21일 오후 공식 발표된 207명에서 228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용의자 13명을 체포했고 이들은 모두 스리랑카인이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 중 10명을 범죄수사부에 넘겼다고 알렸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폭발물을 운송하기 위해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과 용의자들이 사용한 은신처를 발견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연쇄 폭탄 테러의 첫 시작은 콜롬보 시내 코치키케이드 지역 성안토니오 성당이었다. 이어 중부 해안도시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성당, 동부 해안도시 바티칼로아의 자이언 교회, 콜롬보 샹그릴라, 시나몬그랜드, 킹스버리 호텔, 콜롬보 남부 외각 트로피컬인 게스트하우스, 콜롬보 북부 교외 오루고다와타 공동 주거시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부활절 미사를 위해 성당에 모인 신도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망자 가운데 중국 네덜란드 터키 국적자 등의 외국인 35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희생이 컸다”고 밝혔고, 한국 외교부는 “한국인 관광객과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사건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라고 판단하고 용의자 3명을 체포했지만, 배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FP통신은 “경찰이 급진적 이슬람단체 자살 테러 위험을 열흘 전 감지했지만 비극을 막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불교 신자들이 이슬람 사원을 습격해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바 있다. 스리랑카 국민 70.0%는 불교 신자, 이슬람교 신자는 10.0%, 기독교 신자는 7.4%이다.  


종교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배후는 아직

스리랑카의 부활절 아침을 피바다로 만든 대규모 연쇄 폭발은 종교 극단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한 테러로 보인다. 가디언은 스리랑카 경찰이 21일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용의자들은 동일한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수 사건 장소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은 테러 조짐을 이미 열흘 전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푸지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경고문에는 “급진적 이슬람단체 ‘NTJ(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 주재 인도 대사관과 주요 교회를 표적으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 정보기관이 알려왔다”고 쓰여 있었다.

콜롬보 성안토니오 성당에서의 첫 폭발로 시작해 모두 8번의 폭발이 이뤄졌다. 특히 콜롬보 샹그릴라 호텔 폭발은 오전 9시경 ‘테이블 원’ 카페에서 발생했는데, 이 호텔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인기있는 대형 호텔이다.

샹그릴라 호텔에 투숙했던 한 여성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숙박했던 17층에도 폭발이 느껴졌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를 봤지만 그 당시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고 적었다. 시나몬그랜드 호텔 관계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침 식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식당에서 자살폭탄테러범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콜롬보 외곽 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동 주거시설에서 차례대로 폭발이 일어났다.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번째 폭발은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주거 시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경찰당국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290명이지만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 경찰은 피해 발생 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한 소셜미디어 서버 차단도 강행했다. 미국 CNN방송은 “스리랑카 정부는 전 지역 각급 학교에 학생 안전을 위해 24일까지 휴교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독교의 주요 기념일인 부활절에 비보를 전해 듣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후에 “기도하는 중 공격당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잔인한 폭력에 희생된 모든 이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세계 주요 정상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고,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도 동참했다.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스리랑카의 부활절 비극이 믿기지 않습니다.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충격에 빠진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시리세나 대통령님이 하루빨리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실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고 적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스리랑카의 종교갈등…테러 원인으로 꼽혀

스리랑카는 극심한 종교갈등, 민족갈등, 언어갈등에 시달려왔다. 국민 약 2200만 명 가운데 74.9%의 불교인 신할리족과 힌두교도인 타밀족(11.2%)의 반목으로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6년간 진행됐던 내전으로 10만 명 이상이 숨진 바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이날 테러는 민족 문제보다는 종교 갈등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의 불교도 이슬람교도 힌두교도 등은 서로 반목하면서도 기독교에 대한 공통의 적대감을 가졌다. 16세기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서양 기독교 국가로부터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기독교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때 테러가 발생한 점이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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