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에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렸다.

ITC의 최종 결정에서 패소가 확정되게 되면 SK 측은 배터리 부품 등 미국 내로 수입할 수 없게 돼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측과 합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가 진행중인 배터리 관련 소송은 이번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를 결정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포함한 모두 6건이다.

LG화학이 지난해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면서 포문을 열었고,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도 고소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했고 9월에는 “LG화학이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미국 ITC와 델러웨어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여기에 LG화학은 맞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조기패소 판결은 6건의 소송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예비판결이다.

조기패소 판결의 배경은 지난해 11월 LG화학 측이 “SK이노베이션 소송 전후로 이메일 등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3만 4000개에 달하는 파일을 인멸하려고 했다”면서 “포렌식으로 검증해야 할 엑셀시트 75개 가운데 1개에 대해서만 진행했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진행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하면서 ITC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ITC 측은 이 같은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임에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로인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예비판결이지만 하지만 최종 결정에서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3년간(1996~2019년) ITC통계를 보면 영업비밀 소송에서도 ITC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사건이 최종에서 뒤바뀐 적이 없다. 특허소송에서도 90% 정도로 조기패소 의견이 최종까지 유지됐다. 최종 결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물론,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ITC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SK이노베이션 제재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지만 2010년 이후 완료된 600건 소송 중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양측이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등 다른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송전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양측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LG화학 입장문을 통해서 “이번 소송의 본질은 회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면서도 “LG화학과의 선의 경쟁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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