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진영이 갖춰졌다.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전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와 반도건설과 연대하면서 ‘반(反)조원태 연합’을 구성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조 원태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일가와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카카오의 지분을 합해 33.45%를 확보했다. 이에 반해 ‘반 조원태 연합’을 구성한 조전 부사장 측의 지분은 32.06%에 달한다. 조 회장이 1.39%포인트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와 동생이 조 회장을 지지한 것에 대해서 “이미 가족과 뜻을 같이하기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고민하고 지난주 KCGI‧반도건설과 함께 공동 입장문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조 전 사장 측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양측의 세력이 비슷해지면서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에게 넘어가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진칼 지분 3.45%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 및 대한항공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총수일가 양측의 지분율이 비등한 상황인 만큼 양측 모두가 한 표가 아쉬운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보다 나은 기업 가치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쪽에 힘을 실어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조 전 부사장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연금 측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주최로 열린 책임투자 포럼에서 배포한 자료집을 통해 “국민연금은 기금 장기 수익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장기투자자”라면서 “단기 시세차익만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 투자철학과 방향 등에서 원천적으로 다르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한 한진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주주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실제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온란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일반 주주가 경영권 향배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 측도 “이번 갈등은 가족 간 분쟁이 아니라 기존 경영진을 지지하는 구 주주와, 기존 경영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주주의 대결”이라며 “오는 14일까지 변화를 지지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을 회사 측에 지출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칼 주총에서 외국인과 기관이나 소액주주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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