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20개국(G20)정상회담장에 도착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19.06.28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조치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WTO(세계무역기구) 규칙에 정합적이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의 반도체 소재 품목 수출규제 강화 발표에 대해 “국가 간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한국에 대해 행해오던 신뢰관계에 따른 호혜적 조치를 모종의 이유로 원상복구 했다는 것이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은 스스로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전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WTO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성 장관은 1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그간 경제분야에서 일본과 호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왔지만,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출제한 조치는 경제보복 조치”라며 “수출제한 조치는 WTO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될 뿐 아니라 지난주 일본이 개최한 G20정상회의 선언문 합의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향후 WTO 제소를 비롯,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발표했던 수출 규제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롤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감광제로 사용되는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수출 과정에서 허가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도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반도체 칩은 애플, HP, 소니, 파나소닉 등의 제품에도 사용돼 결국 일본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도 “이번 조치로 일본 수출기업들도 영향 받을 우려가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됐던 G20정상회의 선언문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구축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개최국이었던 일본이 이 정신을 이틀 만에 부정하고 나서며 “자유무역과는 관계없다”고 스스로 의미를 퇴색시킨 만큼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부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데다 일본도 반도체 관련 품목의 수출규제를 가하는 데 대해 난감해하면서도 대일본 의존도를 줄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이참에 일본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핵심 장비나 소재를 아예 국산으로 대체하는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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