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기초과학 육성’ 의지 반영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으로 분리해 확대개편

▲  2015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호암재단)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호암재단이 내년부터 기존 호암과학상을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으로 분리해 확대 개편한다. 기초과학분야 육성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확대 개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호암재단의 결정은 향후 기초과학분야의 연구 장려와 지원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호암상 제정 30주년을 맞은 호암재단은 2021년부터 호암상을 과학상(물리·수학부문, 화학·생명과학부문) 공학상 의학상 예술상 사회봉사상으로 시상되며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이 수여된다고 4일 밝혔다. 총 상금은 기존 15억원에서 18억원으로 3억원 늘어난다.

 

호암재단은 1991년부터 국내외 한국계 연구자들을 발굴해 호암과학상을 수여함으로써 기초과학분야를 지원하고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기존에는 과학 전분야를 대상으로 단일 과학상을 시상해 왔는데 이번에 호암과학상을 물리·수학부문과 화학·생명과학부문으로 분리·확대 개편함으로써 한국 기초과학 분야의 경쟁력 제고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리와 수학은 전통적으로 밀접한 학문이며, 화학과 생명과학은 융복합화가 심화된 분야로, 호암재단은 국내외 다수의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국제 과학계의 흐름을 반영해 개편 방안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호암상 시상 확대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호암상 설립자 가족으로서 호암상이 제정 취지에 따라 운영되고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공학이나 의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확대 개편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삼성전자 사장단 간담회에서는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동행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제시해오고 있다. 가치를 공유하는 구성원과 함께 성장할 때,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자국 기업의 신기술 개발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 속에 자금력이 탄탄한 세계 IT 기업의 기술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초격차를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이에 협력사와 중소기업, 지역사회, 대학 등 사회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혁신 기술 생태계를 만들고 같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부회장의 지시로 기초과학 분야 지원을 다각도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물리와 기초 등 기초과학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를 직접 지원하면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총 601개 과제에 7713억원을 지원했다. 국내 대학의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위해 올해 산학협력에 1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3조원 규모의 지원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도 펼치고 있다. 주요 협력사들의 설비 및 부품 공동 개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를 대상으로 설계 플랫폼 및 시제품 생산 지원, 국내 대학들에 대한 첨단 반도체 설비 사용 지원 등을 진행 중이다. C랩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 안팎의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사업화부터 해외진출까지 돕고 있다.

 

호암재단은 이 부회장의 제안을 받은 이후, 역대 호암상 수상자, 호암상 심사위원, 호암상 위원, 노벨상 수상자 등 국내외 다수의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시상 방향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한편, 호암상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고자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했다.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해 왔으며, 올해 30회 시상까지 총 152명의 수상자들에게 271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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