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정부가 탈 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국내 원전 업계는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당시 정부는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해외 건설‧정비계약을 단 한 건도 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단독 낙찰이 유력했던 수주건 조차도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원전업계는 “정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원전사업이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올해 1월 무함마드 알하마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 사장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측에 공식 항의 문서를 발송했다. 한국형 원자로(APR1400)를 적용한 바라카 원전 현장에서 전문 인력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는 것 때문이다. 한수원은 해외 인력 교대 계획에 따라 150여명의 직원들을 교체했었다.

이와 관련해 알하마디 사장은 편지를 통해서 “원전 장기정비계약(LTMA) 같은 중요한 협상이 마무리되려는 시점에서 사전 통보 없이 인력을 빼간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효율적인 노동력을 유지하기로 한 계약 이행 의지에 의문이 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LTMA는 바라카 원전 4기의 정비‧수리를 맡는 사업으로, 총 2~3조원 규모다. UAE 측은 당초 한국과 수의계약하려다 2017년 돌연 국제경쟁입찰로 바꿨다. 여기서도 한수원‧한전KPS의 ‘팀코리아’가 단독 수주를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UAE가 한국에 원전 장비를 맡기는 대신 미국의 엑셀론‧얼라이드 파워, 영국 밥콕 등에도 하도급 형태로 고루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계약기간 역시 당초에 예상했던 10~15년 대신해 3~5년씩 쪼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술로 지은 원전의 일괄 정비계약을 맡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주액 역시 수천억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탈원전 선언 전인 지난 2016년만 해도 한국은 UAE 원전을 60년 동안 유지‧보수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그해 한수원은 1조원 규모의 운영지원계약(OSSA) 수주에 성공했다.

UAE는 한국과의 정비계약 협상에서 “상당한 수준의 원전기술을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이 정부 차원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생태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겼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원전 수출의 경고등인 일찍부터 켜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사우디 아라비아는 자국 최초의 원전 건설 예비사업자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5개국을 무더기로 지정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기술과 사막에 최초로 원전을 지어봤다는 경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한국 수주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서는 미국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같은 시기 영국은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한전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해제했다. 당시 영국 현지 언론등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원전업계는 사실상 자포자기한 상태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규 원전 6기 백지화 등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로 생산업체인 두산중공업과 400여 협력업체는 물론 한수권 한전 등 원전 관련업체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앞으로의 앞날도 어둡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KAIST나 서울대에 원자력공학과 전공자들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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