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거래 종료 상반기 기한 넘겨…최종기한 12월 27일
이동걸-정몽규, 지난 25일 전격 회동…재협상 테이블 마련될까

▲ (왼쪽)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제일 오른쪽)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딜 클로징(거래 종료)이 기한을 넘겼다. 올 상반기에 인수합병을 매듭지으려던 당초 계획은 무산됐지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거래 종료 시점 이틀 전 전격 회동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SPA)을 맺으면서 이달 27일까지 거래를 완료하기로 했지만, 아무 성과 없이 기한을 넘겼다.

현산이 지난 9일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였다.

산업은행은 현산 측에 대면 협상을 촉구했지만, 이후 현산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재협상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거래 종료 시점 이틀 전인 지난 25일 밤 1시간가량 배석자 없이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진행된 온라인 브리핑에서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편지로 주고받을 것이 아니라 만나서 협의하자”며 “현산도 제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언제든 찾아오면 된다”고 정 회장을 겨냥해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이 이 회장의 대면 협상 요구에 응한 모양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수장이 만난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현산이 인수 조건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만큼 재협상 테이블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항이 논의될 전망이다. 양측은 차입금 만기 연장, 영구채 5000억원 출자전환 등 다양한 조건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을 전망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 채권단의 재협상이 이번달 내에 극적으로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양측의 입장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서로 알고 있지만, 어느 한쪽이 먼저 협상을 깨버리면 책임이 그 주체에게 몰린다. 그렇다보니 서로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나름의 플랜B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현대산업개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산업은행이 항공시장을 바꾸기 위한 구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요구사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산 측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 재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재협상 쟁점이 아시아나 인수가격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양 측이 한 발씩 물러나야 성공적으로 재협상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산은 해외기업결합 승인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최장 12월 27일까지 거래 종료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체결 이후 부채가 추가로 인식되는 등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수와 관련한 중대한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 계약의 최종기한이 연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산업은행)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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