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기업결합 심사 ‘무조건 승인’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

 

26일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로부터 대우조선해양 합병 관련 기업결합심사 무조건 승인을 통보 받았다.

 

싱가포르 측은 두 기업간 기업결합이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면서 조건 없는 승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 이어 2번째로 경쟁당국의 조건 없는 승인 결정이 이뤄짐에 따라 향후 유럽연합(EU) 등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싱가포르는 지난해 9월 신청서를 접수한 뒤 약 1년간 1·2단계에 걸쳐 심사를 진행해왔다.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심사를 유예했다가 5월에 재개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2단계 심사 당시 두 기업 간 결합에 따른 경쟁체제 약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기업결합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싱가포르에서 경쟁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단 한 국가에서라도 기업결함을 반대하면 두 기업의 합병은 제동이 걸린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EU, 일본, 중국에서 심사가 진행 중으로, 이 가운데 EU의 심사에 한국조선해양은 공들이고 있다. EU엔 해외 주요 선사들이 집중돼 있어 선박 수요가 큰 만큼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기 때문에 경쟁법이 엄격하다.

 

EU는 지난해 11월 심사 신청을 접수한 뒤 2단계 심사 중 1단계 예비심사를 마쳤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심사자료 수집이 여의치 않자 EU는 두 차례 심사를 유예했었다. 지난 6월 심사를 재개하고 심사 기한을 오는 93일로 제시했으나, 지난 7월 다시 심사를 유예했다.

 

EU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중심으로 경쟁제한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EU집행위원회는 6월 기업결합 관련 중간심사보고서인 스테이트먼트 오브 오브젝션즈(SO)를 통보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탱커,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에서는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됐지만 LNG선 분야에서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이번 합병으로 인한 경쟁 제한명분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중국 1위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이 합병,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이 출범했다. 2018년 기준 연매출은 85조원으로 한국해양조선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일본도 지난해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합병 수준의 자본·업무 제휴에 합의한 데 이어 이르면 10월 합작회사인 일본 십야드(NSY)를 출범할 계획이다. 일본 십야드는 이마바리조선이 지분 51%, 재팬마린유나이티트가 지분 49%를 보유하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모든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면 세계 점유율 21.1%(2019년 말 기준, 클락슨)의 초대형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 자회사로 편입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지배체제가 구축된다.

 

특히 선가협상력이 강화돼 국내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에 따른 출혈 경쟁이 해소되고 수익선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LNG 운반선의 경우,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일본 업체와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기업결합이 관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쟁당국에 충분히 설명해 합병을 원만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미 '무조건 승인' 결정을 내린 카타르를 포함해 올해 안에 유럽연합, 한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남은 나라들의 무조건 승인 결정이 모두 나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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