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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국내 보험사들이 오는 2022년 예정인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시행을 2년 이상 더 연기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FRS17 기준에 맞춰 후순위채권 발행 등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보험 내수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실적이 악화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FRS17은 작년 11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총회에서 당초 2021년이었던 시행시기가 2022년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으나 이 일정도 국내 보험업계에는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보험업계는 글로벌 보험업계가 내달 루마니아에서 개최될 세계보험협회연맹(GFIA) 총회에서 IFRS17 추가 연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IFRS17은 작년 11월 IASB의 결정에 따라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시행이 1년 미뤄졌다. 하지만 글로벌 보험업계는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1년 추가 연기가 필요하다”는 공동 서한을 IASB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도 총회 기간에 한국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연기에 힘쓸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유럽 보험사들도 IFRS17 도입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며 이번 기회에 공동보조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생명보험협회 신용길 회장은 “유럽 보험사들 역시 IFRS17로 인한 부담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국 보험협회장 등과 만나 2년이 아니라 그 이상 미뤄져야 하지 않을지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FRS17는 부채 시기평가가 핵심이다. 기존 회계기준인 IFRS4는 자산은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했으나 새로 도입될 IFRS17은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 보험사는 부채비율 상승을 막기 위해 추가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최근 유상증자나 후순위채·신종 자본증권 발행,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특히 IFRS17과 함께 새로운 지급여력비율(킥스·K-ICS)까지 동시에 도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본 확충에 초비상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킥스를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삼성생명 등 자본력이 큰 보험사들도 지급여력비율(RBC) 100%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를 급하게 도입하다 자칫 의도치 않은 분식회계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도 유럽 보험사 등의 동향을 파악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험업계는 국내 보험사들이 IFRS17에 맞춰 확충해야 할 자본이 1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해외 보험업계도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할 시간이 빠듯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유럽은 현재 적용 중인 자본건전성제도 ‘솔벤시2’ 시행까지 무려 31년의 준비기간을 들일 만큼 새 금융감독기준 도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해온 바 있다.

결국 현재로서 국내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 시점을 2022년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나 IASB에서 추가 연기를 결정할 시 이를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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