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25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을 위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지 나흘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현산은 15일 입장자료를 내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제를 통지해 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을 세계적인 초우량 항공사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와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비전으로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 매진해 왔다면서 현재의 일방적인 해제 통지가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현산은 성공적 인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점을 부각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 인수를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인수 이후의 성공전략을 수립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성실히 계약상 의무를 이행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12주 재실사는 필요한 절차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수 계약의 근간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준 재무제표와 2019년 결산 재무제표 사이에는 본계약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중대한 변동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현산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부적정과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한 의구심은 당연히 해소돼야 할 계약의 선행조건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차입, CB 발행 및 부실계열사 지원 등의 행위가 계약상 필수요건인 인수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진행되면서 재실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현산은 사법 리스크도 문제삼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에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총수, 경영진 및 법인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는 등 법률 리스크까지 현실화됐다만약 그대로 거래를 종결한다면 관련 임직원들의 배임 이슈는 물론 HDC그룹의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기에 재실사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고 했다. 재실사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아시아나항공의 건설적인 미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채권단, 현산이 함께 논의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게 현산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현산은 계약 무산의 책임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재무상태 악화 등 현산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논의나 검토 등과 액션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산은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협의에서 기존 인수조건의 조정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하였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당사도 인수조건에 관해 요구한 바가 없었다산업은행이 이후 언론에 대한 대응은 일방이 하지 말고 서로 조율해서 공동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협의 당일 오후부터 사실과 다른 많은 기사가 보도됐다고 문제삼았다.

 

이어 “826일 면담에서 재실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12주를 고수하지는 않았고 92일 발송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논의사항에서도 재무상태와 경영상황에 대한 진단 등을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했으나 산업은행은 아무런 답변 없이 언론을 통해 인수 무산을 공식화했다고 지적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장과 달리 본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하여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산은 의지와 비전에 지지를 보내주셨던 주주 여러분과 채권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더욱 제고해 나가겠다“HDC그룹과 함께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항공산업을 포함한 국가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깊어가는 경제위기를 극복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데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관련 금호산업 측에서 현산 측에 계약 해제가 통보된 것에 대해 매각 과정을 함께 했던 채권단으로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며 매각 결렬을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아래 놓이게 되며,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0억원을 수혈받아 경영 정상화를 꾀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 재편, 인력 감축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들의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단은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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