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개 사모펀드 전수조사…“수년 걸릴 것” 실효성 의문
노조 “금융위 규제완화와 금감원 관리·감독 부실이 원인”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2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옵티머스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를 금감원이 관리·감독 책임지고 적극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촬영=윤성균 기자)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지난해 라임펀드 사태에 이어 올해도 디스커버리펀드, 옵티머스펀드 등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전수 조사 카드를 꺼냈지만, 미흡한 관리감독이 사모펀드 사태를 불렀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번 주 유관기관들과 함께 사모펀드 전수 조사 방식과 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사모펀드 전수조사와 관련해 “이번 달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늦어도 이번 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방식은 운용사와 판매사 간 상호 검증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에 걸쳐 52개사 사모펀드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4월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디스커버리펀드부터 최근 옵티머스펀드까지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불거지게 됐다.

결국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번 옵티머스펀드 뿐만 아니라 차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모펀드를 다 점검하면 어떨까하는 생각한다”며 “금감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만여개에 달하는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려면 못해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계 내부에서부터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금융감독원 앞에서 옵티머스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를 금감원이 관리·감독 책임지고 적극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원들이 2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옵티머스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촬영=윤성균 기자)

노조는 “이번 사건의 전말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사모펀드 운용계획서 상의 공공기관 매출 채권을 자산에 편입하지 않고, 실체도 불분명한 부실 무보증 사모채권을 편입하고 관련 제반 문서와 계약서를 모두 위·변조해 사모펀드 고객은 물론, 판매사와 판매 직원까지 모두 속인 엄청난 금융 범죄 사기극”이라며 “이러한 사기펀드 사건이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데에는 금융 사고를 예방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의 책임이 엄중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사모펀드 실태점검에서 이번에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자산운용도 점검했지만, 계약서와 자산명세서에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수탁회사와 사무수탁사 간의 자산명세 실체를 교차 검증만 했어도 이러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금융위가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쓴 소리를 냈다. 금감원이 종전 점검 방식으로 사모펀드 부실 사태를 조기에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금감원의 설립 목적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다”며 “금감원은 피해고객 보호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관련 자산의 광범위한 자산 동결에 이어 즉각 회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책임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근본 원인은 금융위원회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때문”이라며 “투자요건 완화, 인가 요건 완화, 펀드 심사제 폐지로 잇단 사모펀드 사태는 예견된 재잉이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크게 낮추고, 사모 운용사 진입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문턱을 낮추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금감원 노조는 “최악은 펀드 사전 심사제가 과도한 규제라며 사후 등록제로 변경한 것”이라며 “사전에 위험을 인지하고 경고할 중요한 장치가 사라진 것”이라며 금융위에 사태의 책임을 떠넘겼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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