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일본산 소재를 국내산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 제3국이 생산한 소재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생산 공정에서 일본산 소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탈(脫)일본 생산 원칙’을 공고히 한 것이다.

지난 6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약 220여가지 일본산 소재와 화약품을 다른 나라 제품을 대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는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및 해외 기업과 접촉해 ‘실제 공정에 투입이 가능한 품질인지, 공정에 투입한다면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 지’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 여러 곳에 연락을 해 일본 제품 대체재 확보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일부 업체는 협의가 상당히 진행 돼 실제 생산라인 적용을 위한 테스트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의 탈 일본생산 원칙은 상당히 엄격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 지역 소재 업체가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한 뒤 한국에서 가공해 삼성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삼성은 ‘재팬프리(일본산 배제)’ 원칙을 제시하며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유럽 지역의 소개 업체 관계자는 “유럽에도 원료가 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원료를 들여와 이를 가공해 납품하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이득인데도, 삼성 측은 원료라도 일본산 소재가 섞이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라서 본사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삼성의 조치가 정치적 문제로 국제 분업 체계를 흔들고 있는 일본을 의지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바로 일본으로 향해 소재 확보를 위해서 고군분투했었다. 하지만 일본이 제3국 경유한 수출까지 막는 강경한 분위기를 보고 소재 탈일본화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체 소재를 찾는 동안 생산량 감소 등 단기적인 손실도 있을 순 있지만, 소재의 탈일본화 완성이 생산라인 안정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부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소재 교체 작업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새 소재를 찾는다고 해도 생산라인 안정화 작업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그 기간 동안 생산량 감소 등의 손실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후 소재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그 범위와 단계 등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소재 교체 작업이 최종적으로 언제 마무리 될지도 현재로선 예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