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산은 한진칼·항공 경영배제 요구에 입지 좁아져
㈜한진 주력…CSV로 ‘갑질’ 이미지 개선 도모
(사진제공=㈜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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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김성아 인턴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만남, 국내 최대 항공 빅딜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빅딜의 최대 투자자 산업은행이 한진 오너 일가의 경영배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조 전무는 지주사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조 전무는 현재 한진칼 마케팅총괄 전무를 비롯해 ㈜한진 마케팅총괄 전무, 정석기업 부사장,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 등 지주사와 계열사에서 총 4개의 임원직을 겸하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이고, ㈜한진은 물류기업이다. 정석기업은 빌딩경영 전문 부동산 관련 기업이며, 토파스여행정보는 대한항공이 여행관련 기업과 공동출자한 종합 여행정보 시스템 회사다.
산은이 지난달 17일 공개한 한진그룹과의 투자합의서에 따르면 ‘계열주 일가는 한진칼과 항공 관련 계열사에서 경영배제한다’고 나와 있다. 현재 조 전무가 역임하고 있는 임원직 중 한진칼은 직접 연계고, 토파스여행정보는 항공계열사인 대한항공이 공동출자한 기업이다. 업계는 조 전무가 합병이 마무리 되는대로 한진칼과 토파스여행정보 두 자리에서는 내려와야 할 것이라고 풀이한다.
한진그룹 측은 조 전무의 향후 거취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조 전무의 최근 행보는 ㈜한진의 마케팅 신사업으로 집중돼 있다.
조 전무는 지난달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함께 자원순환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하며 ㈜한진의 친환경 경영 모델을 구축했다. 지난 2일에는 국내 과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내 지갑 속 과일’이라는 기프트카드 플랫폼을 만들어 소비자의 편의와 과일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신사업들은 모두 ㈜한진의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의 일환이다. 조 전무는 관련 업무협약식에도 얼굴을 내밀며 CSV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조 전무의 이러한 활동들이 오너 일가의 이미지 쇄신을 꾀해 후일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 몇 년간 부적절한 행실로 끊임없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조 전무도 지난 2018년 대한항공 전무일 당시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던 ‘물컵 갑질’로 계열사 임원직을 사퇴한 전적이 있다. 조 전무뿐만 아니라 오빠인 조원태 회장,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일가 모두가 갑질로 물의를 빚은 전례가 있다. 이러한 전적에 시민단체들은 산은 등에 “갑질 등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의 빅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말이 되냐”라며 항공 빅딜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갑질’ 남매들은 경영권을 두고 서로 분쟁 중이다. 故조양호 회장 별세 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권을 두고 피튀기는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조 전무는 지난 2월 조원태 회장의 우군을 자처하며 오빠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최근 조 전무가 펼치는 CSV 등 사회공헌활동들이 자신과 오빠의 갑질 이미지를 쇄신해 국민정서에서도 긍정적인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다.
산은 또한 오너일가 경영권 배제 조항과 함께 경영성과가 미흡하거나 갑질 등 윤리 문제가 불거질 경우 경영진 교체에 나서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조 전무의 활동은 빅딜의 키를 쥔 산은의 지지를 얻는 것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스페셜경제 / 김성아 기자 sps0914@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