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기소 목표로 총력전…경제역할론 부각하며 방어논리 고도화
수사심의위 위원 성향·전문성 따라 결정…‘삼성 유·불리’ 속단 금물

▲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한 모습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2주가 시작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11일 이 부회장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장기간 수사한 사안으로 기소가 예상돼 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과반수 찬성으로 이 부회장 측은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찰의 수사를 계속 진행할지, 기소가 적절한지 판단 받을 기회를 얻게 됐다.

 

통상 부의위원회 결정 이후 수사심의위 개최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주 가량. 반격의 기회를 잡은 만큼, 삼성은 이 부회장 기소의 부당성을 집중 부각해 이 부회장을 향한 사정의 칼날을 거둬들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역할론부각해 불기소군불 때는 삼성

 

부의위원회 결정 직후 삼성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진 않았다. 다만 이 부회장 변호인단을 통해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위원회의 결정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열릴 수사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도감을 에둘러 드러냈다.

 

일단 삼성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내자마자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하면서 무소불위 검찰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에 불을 당겼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 소명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나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수사심의위 개최를 결정한 것은 검찰 수사는 무리수라는 주장을 부각시킬 호재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재점화 등 악재는 역으로 삼성 역할론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 불기소를 목표로 여론전과 방어논리 고도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성, 특히 오너인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핵심축인 반도체 사업에 대한 통 큰 투자, 신사업 확장 및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M&A 결단 등 이 부회장의 대외 경영 행보에 힘을 실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준법경영 행보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구체적 방안을 속속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할 방어논리도 가다듬을 전망이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들어 검찰이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를 끌어왔고 혐의 소명이 되지 않았음에도 면피성 기소를 하려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또 장기간 수사로 기업 대외 신인도 등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점도 당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가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권고를 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제도를 무시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내린 8번의 결정을 모두 따랐다.

 

위원 개개인 성향·전문성 따라 결정…불기소 권고 미지수


다만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부의심의위와 달리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 전문가로 구성되기 때문에 여론보다 위원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관련 법률·제도에 대한 이해도 등에 따라 사건을 검토하게 된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직접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에 핵심 쟁점에 대해 파고들 수 있는 반면, 검찰의 혐의별로 나눠서 검토할 경우, 사안에 따라 기소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불기소 권고의 가능성이 낮아지는 셈이다.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검찰 측 주장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비선실세로 불린 최서원씨에게 징역 18년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도 경영권 불법 승계라는 검찰 측 논리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기소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엇갈린다. 법조계 인사는 개인의 성향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여론전, 현장에서의 말빨이나 연출은 먹히지 않을 수 있다면서 최서원씨에 대한 판결도 따지고 보면 큰 틀에서 이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작업이 있었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게 아니겠나. 삼성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수사심의위도 검찰 산하 조직인데 (검찰을) 아예 무시할 수야 있겠느냐기소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법리적으로 범죄구성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며 여론재판이 아닌 법리 판단이 이뤄진다면 삼성에 불리할 결론이 나진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시가 총액이 큰 상장기업에서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가 사실상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혐의로) 처벌한 사례가 거의 없다분식회계 건도 제조업 기준으로 보면 (회계처리가) 문제가 있다고 본 건데, 바이오산업의 모험성을 고려한다면 위법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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