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7년째 속끓는 생일 보내
26일 검찰 수사심의위·반도체 등 경영 현안 챙기기 분주
기소땐 투자 추동력 잃고 ‘초격차’ 제동…국부 유츌 우려도
“협력사 등에도 파장 불가피…다른 대기업 경영 위축될 수도”

 

7년째 괴로운 생일

 

벌써 7년째 이 부회장에게 생일 축하는 언감생심이었다. 2013년 생일에 이건희 회장과 함께 중국·미국 출장 등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서며 차세대 삼성 총수로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이 생일다운 생일은 보낸 것은 이 때가 마지막. 이후 경영, 사법리스크 등으로 바쁘게 보내느라 생일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이듬해 생일은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라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주했고, 2015년 생일엔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2016년부터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면서 2017년에는 옥중 생일이라는 최악을 생일을 맞기도 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재수감은 면했지만, 올해에도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어, 이전 생일과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가족과 조촐한 식사를 하거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와병 중인 부친 이건희 회장을 병문안을 하는 등 조용히 보내면서 사법리스크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주축 수사심의위, 동아줄 될까

 

이 부회장의 올해 생일은 더욱 긴장감이 감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적절한지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코 앞에 둔 까닭이다.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으로선 사법리스크를 털어낼 마지막 기회다. 2017년 특검 기소 이후 사실상 같은 혐의로 4년째 수사와 재판에 불려 다니느라 경영에 몰두할 수 없었다. 반면 검찰에겐 별건 수사’ ‘정치 수사의 비난을 접고 수사 정당성을 입증할 기회다.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인 셈이다. 이에 30쪽짜리 의견서와 30분 동안 진술을 바탕으로 기소/불기소 필요성을 설득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하고, 삼성바이오직스 회계처리를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부회장 측은 합병 등에 대해 법원이 적절하다고 판단 내렸고,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도 없으니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중 무작위로 15명을 선정해 구성된다. 10명 이상이 출석해 과반수 찬성으로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판가름 짓게 된다. 법조계 인사는 전문가 집단이라 개인의 성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데다 수사심의위도 검찰 산하 조직인데 (검찰을) 아예 무시할 수야 있겠느냐국정농단과 관련해 최서원씨에 대한 판결 최종심도 큰 틀에서 이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작업이 있었다는 논리를 뒷받침 하는 법적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동아줄이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핵심 사안별로 검토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라고 볼 수 없고 합병비율 등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된 만큼 결격사유가 없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진 부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대해 전문가들이 적절했다고 판단한 부분 등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의 기소가 타당하지 않다고 권고할 경우,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줄어들게 된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나온 권고를 모두 따랐다.

 

이 부회장 기소 땐 투자 줄줄이 올스톱

 

그럼에도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되는 사안인데다 이미 장기간 수사를 끌어온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110명이 430여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압수수색도 50여차례에 이른다. 때문에 기소권 남용 방지를 위해 검찰 스스로 마련한 개혁방안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어검기‘(어차피 검찰은 기소)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기소된다면 삼성의 경영은 또다시 멈출게 된다. 삼성은 2017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하며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단행한 이후 이렇다 할 M&A를 하지 않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AI)·5G·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미래 4대 성장 사업(180조원·20188), 반도체 비전 2030(133조원·20194), 퀀텀닷(QD) 디스플레이(131000억원·201910), 극자외선(EUV) 파운드리·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 구축(18조원·20206) 등 굵직한 투자가 추동력을 잃고 초격차 전략이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또 기업 신인도가 하락해 삼성그룹 및 계열사의 해외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글로벌 IT기업들은 미래전략을 짜며 앞서나가고 있다. 공격적인 M&A를 통해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아마존은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인 비컨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애플은 4월에만 가상현실(VR) 등 미래 기술 관련 스타트업 3곳을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인수하기로 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중 무역분쟁, ·일 갈등 재점화 등 경영 불확실성을 커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는 이 부회장의 말은 삼성의 위기감을 드러낸다. 이에 그는 현장경영을 강화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때는 현지로 날아가 직접 대체제 확보에 나섰고, 코로나19 때에는 국내외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주에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 사장단과 긴급 간담회를 4차례 가진 데 이어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직접 반도체 미래전략을 구상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기소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정부간의 9300억원 규모 투자자국가소송(ISD)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77000만달러(93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ISD에 중재 신청을 한 상태다. 엘리엇이 검찰의 기소를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304009억원으로 올해 국가예산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이 부회장의 기소가 미칠 파장이 삼성을 넘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다고 재계를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경제에서 삼성의 비중을 고려하면, 협력사 등에 미칠 피해도 우려된다삼성에 대한 반감, 나아가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걱정해 다른 기업들의 경영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법리스크의) 압박을 받으면서 기업인이 미래 전략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수 있겠느냐면서 삼성이 잘못한 부분이 시정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업을 흔들어 경영행보가 위축되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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