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데이트폭력·스토킹…특수성 고려한 법 개선 필요

오수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3 12: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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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젠더 폭력 살인 근절법'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데이트 폭력이 연간 약 1만건 씩 발생되지만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데이트 폭력의 개념조차 정립돼지 않다. 스토킹 범죄 역시 해외의 경우 스토킹을 강력범죄 전조현상으로 보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별도의 법률을 뒀으나 우리나라는 ‘형법’, ‘성폭력처벌법’ 등의 조항들을 개별 사건에 따라 각기 적용한다.

또한 스토킹 범죄는 범죄가 제공하는 해악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 부족과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미약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은 3일 ‘젠더 폭력 살인 근절법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평소 조용했던 국회 의원회관은 ‘젠더 폭력’에 관심을 갖은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시끌벅적했다. 국회 의사일정에 보이콧 중이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유의동 등 통합당 의원들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자는 신의진 한국폭력학회예방협회장,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비롯한 한국외국어대학교 토론동아리 ‘노곳떼’ 학생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였다.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검찰 근무 시 폭력 사건을 다뤘던 것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범죄가 전체적으로 많이 줄고 있지만 유독 데이트폭력, 스토킹, 성적소수자들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늘어나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정당에서 젠더얘기를 하니 토론자와 발표자들 섭외하는데 어려웠다”며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발제자는 이미정 선임연구위원과 심재국 법무법인 대륜 대표변호사다. 두 발제자는 데이트폭력의 의미와 그 해당 범위를 명확히 명시한 규정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의 개념, 심각성, 특성, 실태 등을 설명했다.

데이트폭력은 남녀가 교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려 형태의 위협이나 폭력을 지칭한다. 동성 간 교제에서 발생하는 학대와 폭력도 데이트 폭력에 포함된다.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 개념은 교제 중인 관계뿐만 아닌 과거 교제했던 관계와 친밀함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위 전반을 데이트폭력에 포함시켜야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파트너 중 한 편이 폭력을 이용해 다른 한 편에 대해 통제와 우위를 유지하는 것과 물리적 폭력을 포함한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경찰이 정의하는 데이트폭력은 ‘부부가 아닌 남녀 간’의 갈등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신체적인 폭력적 행동(살인, 상해, 폭행, 성폭행)만을 지칭하며 이때 ‘남녀 간’은 기혼, 미혼, 연인관계 전후를 불문하지만 부부 또는 부부였던 자는 제외한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살인범죄 피해자 1만273명 중 연인에 의한 살인 피해자 수는 1059명으로 10.3%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사회는 데이트폭력을 연인 간 다툼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스토킹은 지속적·반복적으로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감시하고 편지, 전화 등을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물건 등을 보내 상대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주는 행위다.

데이트폭력이 ‘관계’에 초점을 둔 것에 반해 스토킹은 ‘행위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토킹은 데이트폭력의 한 유형이 될 수 있으며 현재 혹은 과거 연인관계였던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제언으로는 데이트폭력 주기적 실태조사, 청소년·청년층 대상 데이트폭력 예방교육 강화, 비동의 간음죄 도입과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 제정,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찰 대응 강화 등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자 심 변호사는 데이트폭력의 실제 사례 및 사례별 진행을 통해 느꼈던 법제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 데이트폭력 관련 범죄 실제 수임 사례들을 언급하며 데이트폭력만의 특수성인 늦은 신고, 피해 지속성, 증거수집 시기 놓침 등을 기본적 형법 또는 특별법으로는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보복 등 2차 피해와 가해자가 처벌받는 솜방망이 식 처벌을 지적하며 상습성을 고려한 법 제정과 타 범죄와의 복합적 관계 설정 및 가중처벌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본격적인 토론에선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 관련 법적 규제와 정책 대응을 제시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남성이며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 관계 문제가 아닌 젠더폭력의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구조적 폭력이 발생하는 공간은 공적 문제이므로 형사법과 형사사법체계 개입이 마땅하지만 여전히 친밀한 관계에서는 제3자가 개입하기에는 조심스러워야 할 한계선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형사사법적 개입은 최후수단, 최소수단으로서 신중함이 규범적으로 요청될 뿐만 아닌 효과적 개입 자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적 측면을 설명했다.

이어 데이트폭력 처벌의 법적 근거는 가정폭력, 스토킹과 부분적으로 겹치지만 가정이라는 관계 문제와 친밀교제 관계 문제는 당사자나 사회적으로 분별된다는 점에서 별개의 대응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관점의 입법운동 조직화와 지속적 캠페인을 수행할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힘을 주었다.

법제과정엔 법안 초안마련과정, 국회 법제과정을 구체적 자료와 대안과 함께 적극 참여해야하며 법무부, 검찰, 경찰, 여성가족부와 각 정당 등 모두 협력적 연계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제정 이후에도 법시행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개정작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도 현행법에 데이트폭력과 관련한 법률 정비가 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개념, 피해, 대상, 유형 등의 정립을 역설했다.

이어 데이트폭력·스토킹은 행위태양이 점점 강화되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 살해, 폭력 등의 전 단계에서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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