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8720원…IMF 때보다 낮은 ‘역대 최저’
경제계 ‘최소 동결’ 무산에 아쉬움…제도 보완 요구
편의점업계 “최저임금 182만원 부럽다” 강력 반발

▲ 한국편의점주협의회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2.87% 삭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0(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IMF 외환위기 때에도 2.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2.75%가 올랐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소폭 인상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경영계는 최소 동결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업계는 폐업으로 내몰렸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14일 경제계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면서도 동결되지 않은 것에 일제히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폭 인상도 버겁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최소 동결 바랐는데...’ 진한 아쉬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많은 경제주체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소한 동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최저임금의 수혜를 받는 청년층과 임시직·일용직 근로자가 오히려 고용 불안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경제난과 최근 3년간 32.8%에 달하는 급격한 인상률을 고려할 때 1.5% 추가 인상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최소 동결됐야 했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률 1.5%가 비록 역대 최저치라는 점에 동의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가파르게 인상되며 기업의 부담이 커진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외부 충격으로 경제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또한 아쉽다는 입장이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기업들의 경영난을 고려하면 역대 최저수준인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마저 경제계로서는 아쉽고 수용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노동계로서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에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근로자의 생계 안정 등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 지금의 경제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한숨편의점업계 폐업으로 내몰려반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상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등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 의무화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간 50% 가까이 최저임금이 오른 상황이라면서 소상공인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향후에는 반드시 이뤄내기 위해 현재의 법령 개정을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가는 한편,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소상공인 대표성 강화 등 근본적인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일자리 지키기 차원에서 최소한 동결을 간곡히 호소했다영세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 취약계층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을 포함한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 및 역할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업계는 결사 반대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그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편의점을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이들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평균 수익은 989600원에서 9.38%가 감소한 896800원에 불과하다. 노동계가 내세우는 실태생계비 218만원은 고사하고, 월 최저임금 182만원이 오히려 부러울 뿐이라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고, 청년층과 취업 대기자 등 취약층의 단기 일자리가 더욱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1.5% 인상역대 최저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8720원으로 심의,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2480원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요구안으로 각각 1만원(16.4% 인상)8410(2.1% 삭감)을 제시, 난항을 예고했다. 이후 양측은 1차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노동계는 올해보다 9.8% 오른 9430, 경영계는 1.0% 내린 8500원을 각각 제시하며 현저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노사 양측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막판까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생존의 기로에 놓이는 등 치명타를 입었다며 경영난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 위기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심의 촉진 구간으로 86209110(인상률로는 0.36.1%)을 제시하면서 중재에 나섰지만 조율에 실패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아예 회의에 불참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위원 2명도 공익위원 안에 반발해 퇴장했다.

 

결국 위원회는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1.5% 인상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9, 반대 7표로 채택했다. 표결에는 공익위원 9명 전원과 사용자위원 7명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노동부 장관은 다음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노사 양측은 고시를 앞두고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제도 도입 이래 재심의를 한 사례는 없다. 2017년 최저임금이 16.4%로 급격히 올랐던 당시, 경영계가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노동부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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