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 스카이레이크에 2900억원 투자…두산솔루스 지분 확보
롯데알미늄, 배터리용 양극박 공장 증설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 강화
주력인 화학·유통 실적 바닥…미래 경쟁력 제고 위해 공격적 투자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 전경 (사진=롯데알미늄)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롯데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다.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전지박를 만드는 두산솔루스에 투자한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삼성과 LG, SK 등 다른 대기업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반기 호텔과 유통, 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들이 고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25%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산업계가 주목하는 신 시장이 됐다. 이에 롯데그룹도 소재 사업을 시작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정밀화학은 23일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는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달 초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솔루스 지분 53%를 698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전지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을 주력으로 한다. 이같은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된 회사에 투자한 것은 롯데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진출을 노려왔다. 이에 지난 6월 두산솔루스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롯데케미칼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두산이 매각가로 1조원 이상을 제시하면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롯데그룹 측은 당시 두산솔루스 인수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지만 3개월 만에 지분 인수에 참여하게 됐다. 

 

특히 스카이레이크는 블라인드펀드의 존속기한인 7년 이내에 두산솔루스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롯데정밀화학이 지분 확보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중장기적으로 두산솔루스의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롯데그룹의 행보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롯데그룹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은 포장재 생산을 주력으로 했으나, 최근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세에 따라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장 중이다.

 

양극박은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 활물질을 지지하면서 전자의 이동 통로역할을 하는 알루미늄박 소재다. 높은 열전도성으로 전지 내부의 열 방출을 돕는다. 

 

롯데알미늄은 최근 280억원을 투자해 경기 안산의 배터리용 양극박 공장 증설을 마쳤다. 이번 증설로 1만2000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헝가리에서도 1100억원 규모의 2차 전지용 양극박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1만8000톤으로, 내년 말 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알미늄은 연간 3만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롯데그룹은 배터리 소재 인수·합병(M&A)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사업을 하는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했다.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쇼와덴코가 인수전에서 승리했지만, 롯데케미칼은 올해 쇼와덴코 지분 4.69%를 약 1700억 원에 매입하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롯데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전했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 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5% 급감했고, 롯데쇼핑도 전년 동기보다 98.5% 줄어든 14억원에 그쳤다. 

 

호텔과 쇼핑, 화학 등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이 업황을 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 국제 분쟁, 전염병 등과 같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 미래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 새 먹거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사업전략 재검토를 주문했었다. 또 그는 최근 잇따라 롯데케미컬 사업장을 찾아 “전기전자, 자동차, 통신, 의료기기를 망라한 화학소재 사용 제품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상의 첨단 제품에 롯데의 첨단소재가 탑재돼 훌륭한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우리만의 색깔과 소재 설계 역량을 키워나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투자로 향후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두산솔루스는 동박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갖춘 것은 물론, 생산 능력도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 스카이레이크는 올해 안에 최대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두산솔루스 헝가리 공장의 생산 능력을 현재 1만톤에서 2022년 3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체질 개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위기 때마다 과감한 M&A로 돌파구를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산업 지형이 급격히 변함에 따라 사업 재편이나 구조조정과 같은 ‘혁신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도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깜짝 인사를 통해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롯데지주의 새로운 수장으로 앉히고 각 계열사의 임원들을 교체했다. 2인자였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롯데쇼핑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점포 구조조정인 진행 중이다. 마트와 슈퍼, 백화점, 전문점 등 수익성이 없는 약 200개의 점포를 없앤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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