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먼저 vs 선거법 먼저…여야4당 공조 균열, 다시 수면 위로

김수영 기자 / 기사승인 : 2019-10-21 13: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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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0.21.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이후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 중 선(先)처리 할 법안을 두고 저마다 목소리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발판을 마련해둔 것으로 보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지난 주말 시민들이 ‘국회가 검찰개혁 통과를 위해 힘써야 할 때’라 입을 모았다. 이제껏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던 검찰도 동의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며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첫 단추인 공수처법 우선처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당초 합의대로 선거법 개정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립은 검찰개혁안과 선거법 개정안이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관계로 일어난다.
핵심 쟁점 5개 법안 모두 법사위에

본래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에서 논의될 사안이지만, 지난 8월 29일 활동기한 종료를 며칠 앞두고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키며 현재 법사위로 넘어간 상태다. 선거법 개정안은 최장 내달 26일까지(90일) 법사위에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머물다가 이론상 11월 27일부터는 본회의에 회부돼 표결절차를 거칠 수 있게 된다.

반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법사위 소관)에서 논의됐다. 정개특위와는 달리 활동기한 종료(8월)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현재 해당 법안들은 법사위로 넘어와 있는 상태다.

선거법과 검찰개혁안 모두 법사위에 계류 중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선거법 개정안은 체계·자구심사 과정 중에 있고, 검찰개혁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 심사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즉 한 상임위에 정국을 강타한 법안들이 모두 올라 있는 상황.

 

▲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9.10.04.

국회법 제85조의 2에 규정된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특위 포함)에서 최장 180일 간 논의 후 법사위로 넘어가 최장 90일 간 체계·자구심사 과정을 거친다.

법사위 90일 마저 지나면 법안 심사 등이 완료됐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60일 동안 본회의에 회부될 요건이 갖춰지는데 이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을 경우 60일이 경과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물론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 가능성도 있다.

검찰개혁안은 당초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법사위 소관)에서 논의 중이었으나, 공직선거법과 달리 지난 8월 31일까지였던 활동기한 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법사위로 이관됐고, 법사위에서 이달 28일까지 논의될 수 있다.

민주당은 사개특위에 이어 법사위에서도 해당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있던 관계로, 2번째 절차인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90일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최근 여러 곳에 자문한 결과, 이달 29일부터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검찰개혁안은 이달 29일부터 본회의 상정이 가능해지고, 늦어도 12월 29일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개특위 및 법사위 1차 심사와 체계·자구심사는 별개라며 이달 29일부터 별도의 체계·자구심사기간 90일이 주어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당 주장에 따르면 검찰개혁안은 내년 1월 27일부터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고, 3월 25일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된다.

여야의 입장이 극도로 갈리는 법안 처리를 한 상임위에서 모두 전담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법안 하나만 하더라도 수개월에서 수 년 씩 소요되기도 하는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5개 쟁점 법안이 모두 법사위 절차에 올라있는 것이다.

한국당 따돌리던 여야4당 공조 균열 조짐…“남 좋은 일만 하게 될 수도”

현재 야3당이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선거법 개정안(심상정 의원 발의안)의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지역구(225)·비례대표(75) 의석 수 조정이다.

이에 따르면 총 의석 수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결정되고, 이 안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배분한다. 지역구 의석은 현재 253석에서 28석이 감소하는데 이는 특정 지역에 텃밭을 일구고 있는 정당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즉 민주당과 한국당으로서는 설령 범진보·범보수 통합을 한다 해도 50%이상의 지지율을 얻지 못하면 과반의석 달성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비례대표 의석의 확대는 현재 의석수 대비 지지율에서 좋은 가성비를 보여주는 정당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의석수에서 열위에 있는 야3당이 선거법 우선 처리를 촉구하는 이유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한 검찰개혁이 여당이 진정 원하는 안건인 관계로, 이에 반대하는 한국당에 대항하기 위해 선거법을 볼모로 잡아 야3당을 회유한 것이란 지적이 일찍이 제기되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선거법 개편 논의 당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고, 한국당은 현재까지도 선거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전하고 있다.

지난 4월 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야3당(바른미래·정의·평화당)과 ‘본회의 표결은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 순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전면으로 내세우며 선결과제로 지정하자 야3당은 합의를 이행하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잠정 합의문을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전 원내대표. 2019.04.22.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0일 “야당 모두의 합의를 구하겠다는 예의도 없다. 사전양해도, 사과도 없는 민주당의 파렴치한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 법안 우선 처리 방침의 철회가 없다면 국회차원의 어떤 협력도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도 21일 “조 전 장관을 사퇴시킨 시민들의 1호 명령은 사법개혁이 아닌 국론분열 수습이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혁법을 먼저 처리한 뒤 검찰개혁법을 상정하기로 야3당과 약속했다”며 “그런데 지금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것은 또 한 번 진영싸움을 벌이겠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법안 효력발생 시기나 선거구 획정 등 다른 절차들을 고려하면 선거법 개정안은 늦어도 내년 1월 중에는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여야4당의 공조가 균열 조짐을 보이자 내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야3당과의)라인이 무너지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선거법이나 검찰개혁이나 계속 반대해오던 쪽은 한국당이었다”며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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