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연구로 알츠하이머 정복 초석을 다지는 국내 교수진 소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알츠하이머 관련 기초 연구 15개 지원
자율성 부여·중간평가 미실시 등 혁신적 지원으로 603개 과제 수행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해선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합니다. 미래 기술 경쟁력을 높이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초과학 연구 지원에 대한 의지가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맞아 알츠하이머 극복을 위해 힘쓰는 연구자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알츠하이머는 뇌 속에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이 쌓이면서 독성을 일으켜 인지기능이 악화되는 병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고령자 중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치매 원인 중 74.9%가 알츠하이머다. 통계청도 2018년 국내 사망원인 중 알츠하이머가 9위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주요 사망원인 10위권 내에 처음으로 진입할 만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 됐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는 조기 진단이 어렵고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치료법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한 기초 연구 15개를 지원했다. 뇌손상 치료, 뇌영상 MRI, 뇌영상 유전학 등 뇌신경질환 분야와 뇌항상성, 뇌기억, 뇌신경회로와 같은 알츠하이머병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 연구들이다.

 

이번에 알츠하이머를 쫓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삼성 지원을 받아 알츠하이머병 진단·치료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국내 연구진 성과가 담겼다.

 

정원석 카이스트 교수는 수면과 노화에서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뇌에서 면역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교세포들이 시냅스의 숫자가 유지되도록 조절하는 기능을 밝히고, 시냅스가 과도하게 제거되는 현상을 방지하는 한편, 시냅스를 제거하는 교세포의 포식작용을 역으로 이용해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을 직접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다. 이러한 기능이 수면과 노화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을 연구해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뇌 노화 억제와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환을 예방·치료하는데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홍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뇌 영상화 기법 MRI’를 통해 뇌막 림프관을 통해 뇌의 노폐물이 배출되는 경로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다. 뇌에는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노폐물이 생성돼 배출되는데, 노화에 따라 노폐물의 배출 기능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동물 실험으로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질병을 유발하는 노폐물이 뇌 하단에 위치한 뇌막 림프관을 통해 뇌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뇌MRI 촬영 기술로 확인했다. 이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 속 노폐물의 배출 경로도 밝혀진다면 그 경로를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정호성 연세대 의대 교수는 축삭(뉴런의 가장 끝에 위치해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흥분을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돌기 부분) 퇴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강한 뉴런은 축삭을 통해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데, 축삭이 퇴화되면 뉴런의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축삭 퇴화 연구를 통해 뉴런이 죽는 이유와 정상 세포의 퇴화를 억제하는 원리를 밝혀낼 경우, 알츠하이머·파킨슨·루게릭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혜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살아있는 뇌에서 기억의 흔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영상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살아있는 뇌에서 기억의 형성·저장·인출 과정이 어느 부위에서 어떻 게 일어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영상 기술 연구다. 박 교수는 장기 기억 형성에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진 유전물질(베타액틴 RNA)을 살아있는 동물에서 바로 영상화해 기존 연구와 차별화 했다. 이 연구는 장기 저장 기억의 정상적인 인출 과정과 병리적인 상태에서의 차이점을 밝혀 향후 알츠하이머에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연구진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등 기초과학과 ICT·소재 분야에서 국내 신진 연구자들의 혁신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총 601개 과제에 연구비 약 7700억원을 지원했으며 2022년까지 미래기술육성사업에 총 15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매진할 수 있게 운영 중이다. 연구자는 연구 주제, 목표, 예산, 기간 등에 대해 자율적으로 제안하고 연구 목표에는 논문, 특허 개수 등 정량적인 목표를 넣지 않는다. 매년 연구보고서 2장 이외에 연차 평가, 중간 평가 등을 모두 없애 연구자가 자율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도전적인 연구를 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실패 원인을 지식 자산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진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애뉴얼 포럼', 연구 성과의 산업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R&D 교류회', IP출원을 지원하는 'IP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네이처(3), 사이언스(5)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97건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삼성은 기초과학을 포함해 미래 기술 연구와 인재 영입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국내 기초과학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호암과학상을 물리·수학 부문, 화학·생명과학 부문으로 확대 개편해 과학기술 분야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국내 대학들의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산학협력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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