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2.19.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비례정당 출연이 거론되는 가운데 실제 페이퍼정당이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선거법 개정안이 다시 양당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어난 것이다.

19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미리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국당이 비례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 또한 비례정당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전날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비례정당을 만들면 비례의석과 지역구까지 다 먹힐 수밖에 없다. 우리도 (비례정당을)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과 한국당과 같이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기반이 높은 정당의 경우 의석배분 산식에 따라 비례대표를 한 석도 얻을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기성정당은 비례의석을 포기하고 지역구에 매진하는 가운데 비례정당을 통해 비례의석을 확보하겠다는 것.

지역 기반이 약한 영입 인재들을 비례정당에 모아 비례대표로 출마시키고, 인지도가 있는 중진급 정치인들은 기성정당에 남아 지역구에 출마하는 동시에 정당 투표를 비례정당으로 몰아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한다는 것이 비례정당 전략의 핵심이다.


◆ 문제는 없나 = 비례정당도 정식으로 정당 등록 절차를 밟기만 하면 이 전략이 현실화 된다 해도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 법적으로는 별개의 정당인 셈이다. 다만 문제는 총선 이후에 일어날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 성향이 강한 초·재선급 의원들로 구성된 비례정당은 기성정당과 공식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도 당 윤리위원회나 당무감사위원회 등에 회부될 걱정이 없다. 기성정당과 정무적으로만 얽혀 있을 뿐, 비례정은 독자적 당헌·당규에 묶이는 관계로 특정 사안에 있어 다른 행보를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분기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급하는 정당보조금이나 당원 등으로부터 모집하는 후원금이 양분될 수 있는데다가, 비례정당은 법적으로 기성정당과 독립된 별개의 정당인 관계로 기성정당이 비례정당에 활동자금을 지원할 경우 정치자금법에 저촉될 소지마저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비례정당이 정식 정당으로 등록되면 선관위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후원회를 통해 후원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다른 정당에게 지원 받는 것은 현 정치자금법상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도로 거대양당제 회귀 =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일단 비례정당을 만들어 총선을 치른 뒤 합당을 통해 위성정당을 흡수하는 방안을 고려중일 것이라 내다본다.

비례대표 의석은 탈당·정당 해산 등 당을 잃어버리면 자동으로 의원직까지 상실하지만 합당의 경우 의원직이 유지된다. 이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기성정당에 없던 비례의석까지 확보하며 세를 크게 불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여야4+1 협의체에서 유력하게 논의되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250석 대 50석으로, 기성정당과 비례정당이 각각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모두 확보할 경우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며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국당이 실제 페이퍼정당을 만들 경우 결과적으로 현재보다 더한 양당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결과적으로 개악이라는 것이다. 이 안이 현실화될 경우 득표율 상위권 2~3개 정당이 비례대표 50석을 거의 다 차지할 수도 있다.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석은 47석. 이 중 민주당이 13석, 한국당 17석, 바른미래당 13석, 정의당이 4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비례대표 전체 의석의 63.8%를 차지하고 있는데, 작정하고 비례의석만 노리는 페이퍼정당이 출연해 기성정당의 지원 아래 표를 흡수할 경우 양당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 정동영(왼쪽부터)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에 대한 야당 3(미래당 정의당 평화당)+1(대안신당)의 합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2019.12.18. (사진=뉴시스)

현재 민주당과 야3+1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적용 상한선(cap·캡)과 석패율제 도입 여부를 두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연동형 캡을 30석까지로 하고 석패율제를 받을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야당은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캡을 적용하되 석패율제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8일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평화당·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는 논의 끝에 민주당 측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민주당은 석패율제를 재고해달라며 거부했다.

반면 한국당은 선거법 통과에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무기명 표결을 전제로 선거법 원안을 상정시키자고 제안한 데 이어 비례한국당 출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한국당과의 대립에 이어 여야 협의체 자중지란까지 겹치며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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