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구용 SK텔레콤 로드러너프로젝트팀장,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여지영 SK텔레콤 오픈콜라보그룹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SK텔레콤)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나는 ‘고요한 택시’를 만든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왜냐면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할 뿐이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건 옳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소셜 벤쳐 기업 ‘코액터스’가 손을 잡고 출시한 고요한 택시를 이용한 한 아이가 남긴 소감이다. 고요한 택시는 100%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가 운영하는 택시 서비스다. 장애인도 양질의 일자리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고요한 택시는 올해로 2주년을 맞았다.

SK텔레콤은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2년간의 고요한 택시의 성과를 발표했다. 또한 코액터스가 고요한 택시 서비스를 확장해 내달 출시할 ‘고요한 모빌리티(이하 고요한 M)’에 대한 안내도 이어졌다.

‘고요한 택시’, 소셜 벤처 코액터스 아이디어와 SK텔레콤의 ICT기술의 결합
SK텔레콤과 코액터스의 협력은 지난 2018년 6월 SK텔레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코액터스는 장애인의 사회 진출 활성화와 안전한 택시 서비스를 결합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SK텔레콤은 이 아이디어를 실현 시킬 ICT 기술력이 있었다. 또한 협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려는 의지도 있었다.

SK텔레콤은 청각장애인이 택시를 운행할 때 겪는 어려움에 주목했다. 청각이 약해 음성 신호 위주의 택시 호출 신호를 잘 인지할 수 없다는 점, 승차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이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자사의 T맵 택시 앱에 ▲콜 인입 및 배차 시 깜빡이 알림 기능 ▲배차 시 기사-고객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배차 알림 팝업 ▲메시징 기능 등을 추가했다.

가령 고요한 택시 기사가 T맵 택시를 통해 콜을 받으면 기사의 단말기 화면 전체가 깜빡여 소리를 듣지 못해도 호출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승객이 목적지를 말하거나, 의사소통이 필요할 땐 뒷자리에 배치된 태블릿PC에 메시지를 입력하면 운전석에 있는 기사의 태블릿PC에도 해당 메시지가 전달된다.

SK텔레콤은 이러한 ICT 기술 지원 외에도 기사모집, 택시자격 취득과 교육 등의 청각장애인 기사 양성을 위한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청각장애가 있는 기사들을 위해 ‘T수화상담센터’도 운영한다. T수화상담센터는 상담 전화가 영상통화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 기사들이 업무 중 생기는 고충을 즉시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양사 협력을 통해 고요한 택시는 2년여 만에 총 62명의 청각장애인 기사를 배출했다. 운행 건수는 15만건을 넘어섰다. 기사들의 월 평균 수입도 255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는 청각장애인 평균 임금(125만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해외 수상과 투자 유치도 이어졌다. SK텔레콤과 코액터스는 올해 2월 ‘MWC 글로모 어워드’에서 '접근성과 포용성을 위한 모바일 활용’ 부문 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6월에는 엠와이소셜컴퍼니, 와디즈벤처스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여지영 SK텔레콤 오픈 콜라보 그룹장은 "당사와 코액터스와의 동행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ICT기업과 소셜 벤처와의 대표적 협업 사례"라며 "5G 시대 ICT를 활용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솔선수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요한 택시’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고요한 모빌리티’
SK텔레콤과 코액터스는 SUV차량 10대와 운전기사 15명으로 고요한 M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고요한M의 운전기사 15명은 전원 청각장애인 기사다.

코액터스는 “올해 5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부여받았다”며 “청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직영 운송 서비스 고요한 M을 내달 1일 새롭게 시작한다”고 밝혔다.

 

▲ SK텔레콤이 고요한 M 서비스를 위해 개발한 청각 장애인 전용 ADAS 시스템 안내 (인포그래픽=SK텔레콤)

 


SK텔레콤은 운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청각 장애인 전용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와 T케어 스마트워치를 연계해 고요한M 전 차량에 탑재했다.

ADAS는 카메라와 지능형 영상 장비를 통해 수집된 실시간 주행 정보를 인지하고 판단해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보조 시스템이다.

SK텔레콤은 “시중에서 사용되는 일반 ADAS는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려웠다. 또 위급 상황 발생시 의사소통의 한계로 구호 요청이 힘든 문제점이 있었다”며 “SK텔레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 장비를 개발하고 현장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혔다.

 

▲ SK텔레콤 직원이 청각장애인 기사에게 '청각장애인용 ADAS'와 'T케어 스마트워치'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일반 ADAS가 차선이탈, 전방 추돌 경고 등의 실시간 주행 상황을 청각과 시각 정보로 제공하는 것과 달리 SK텔레콤이 개발한 청각 장애인 맞춤형 ADAS는 진동으로 알림을 준다. SK텔레콤의 T케어 스마트워치로 실시간 정보가 전송되면 진동이 가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기사들이 겪는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 등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사와 승객에게 보다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급 상황을 대비해 경찰청과 '긴급SOS' 시스템도 구축했다. 긴급SOS 시스템은 장애인 기사가 스마트워치의 SOS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위치와 현장 상황이 112에 전달된다.

고요한 M은 코액터스가 직접 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코액터스가 기사를 직접 고용했기 때문에 일부 택시 업계의 문제점으로 꼽혀 온 사납금 등의 부담이 없다. 기사들의 임급은 코액터스가 임금 형태로 지급한다.

코액터스는 “고요한 택시 기사들은 법인택시회사에 소속돼 있었다”며 “(고요한 M의) 전액 월급제를 통해 장애인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일하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달 운행을 시작하는 고요한 M 서비스는 우선 서울시를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 강남구 일대를 거점으로 운행할 전망이다. 코액터스는 향후 차량 숫자와 운전기사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서비스 지역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고요한 M은 이 외에도 ▲선호 드라이버 설정 ▲차량 내부의 와이파이, 충전기 ▲주기적인 차량 내‧외부 소독 등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전용 앱과 T맵 택시 호출을 지원해 승객 접근성도 높였다.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는 "SK텔레콤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직영 운송 서비스인 '고요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제2의 도전을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기술로 청각 장애인 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승객들에게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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