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일명 공수처법)' 및 표결 방법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9.12.30.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30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4월 30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245일만이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건지 약 17년 만이다.

여야는 희비가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故노 전 대통령이 시도한 검찰개혁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환호하는 분위기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독재정권 비호를 위한 사법장악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은 공식적으로 ‘의원직 총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일보전진이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공수처 설치는 권력기관의 견제를 받지 않는 특권권력을 해제하기 시작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암흑시대를 시작하는 공수처라는 사악한 문이 결국 열렸다”며 “개혁으로 포장한 공수처가 정권비호를 위한 검찰수사 개입과 사법장악의 수단이라는 것은 이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공수처 설치를 위한 근거법이 마련된 셈이다. 향후 관련 법안 개정 등 세부 입법 조율과 법안 공포 및 입법예고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 7월경 공수처가 정식 출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특권에 대한 엄정수사 등 당초 설치 목적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공수처의 과도한 영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달라질 신(新)사정기관 공수처에 대한 내용과 여기에 제기되는 핵심 비판 내용을 정리해봤다.

① 수사대상 : 고위공직자 및 가족의 범죄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사정기관으로, 수사 대상은 다음과 같다.

원칙적으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비리범죄 수사에 대해 검찰보다 우선권을 갖는데 이는 최근 검찰이 ‘독소조항’이라 주장한 내용 덕분이다.

법 제24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 및 경찰과 중복되는 수사에 대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또한 다른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하는 즉시 이를 공수처에 알려야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주요 범죄는 △공문서 위조 및 허위공문서 작성과 이의 행사 △횡령·배임(미수 포함) △알선수재 △청탁·알선 명목의 금품·향응 등 수수 △위증 △증거인멸 △무고 등이며 고위공직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저지른 범죄도 포함된다. 대통령의 경우는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까지 수사범위가 확대된다.

② 직접 기소 : 사법·행정부 한정

공수처는 위 수사대상 중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한해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입법부에 대한 견제는 전혀 없이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기소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고위공직자들은 여전히 검찰이 공소권을 갖는데, 공수처가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한다(법 제26조 제1항).

검찰은 공수처장에게 공소제기여부를 통보해야 하고 불기소처분 시 공수처장은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할 경우 이의 적부를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말한다. 법원의 재정인용결정이 있으면 담당 검사는 해당 사건의 공소를 제기하고 이를 유지할 의무를 진다.

공수처의 직접기소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 범죄와 관련해 직접 공수처에 고소·고발을 한 당사자 역시 공수처의 불기소처분이 있을 경우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③ 독립성과 인사(人事)

공수처의 독립성과 인사는 야권에서 가장 강력히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다. 공수처장과 차장,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등 구성원 전체에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며 사실상 정권 비호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정안은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은 공수처에 업무보고 요구 및 기타 지시, 의견제시 등 일체의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정작 야권에서 문제 삼는 대통령의 대(對)공수처 인사권은 변하지 않았다.

먼저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두 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한 명을 최종 후보자로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국회의 동의는 요하지 않는다.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관은 처장이 임명한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국회에 설치되며, 법무장관·법원행정처장·변협회장·여야추천 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 검사를 추천하는 인사위원회는 공수처 내부기구로 처장과 차장 및 처장이 위촉한 자 한 명과 더불어 여야추천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렇게 구성된 ‘무소속’ 사정기관이 아무런 견제 없이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의 요소다. 법조계에서는 독립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에도 소속되지 않는 기관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완규 변호사는 “공수처는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상시적 권력행사에 대해 국회 통제를 바독 책임을 지는 통제체제에서 벗어나 있다”며 “민주주의 원칙에서 도출되는 실질적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해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공수처의 인사권이 얽혀 있는 문제를 고려해 행정부를 청와대로 표현했다. (그래픽=강민철 팀장)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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