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내다버린 공영홈쇼핑, 이번엔 마스크 장사 ‘혈안’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20-02-19 10: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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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마진이라더니 가격·판매방식 논란…“이러려고 공공기관 됐나”

▲K TV 국민방송 캡쳐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정부는 연일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식약처·공정위·국세청·지자체로 구성된 정부합동단속반을 만들어 현장 단속에 들어갔고, 지난 5일 ‘보건용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마련해 사재기 업체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그래도 마스크 밀반출과 사재기가 끊이지 않자, 지난 12일에는 보건용 마스크 및 손 소독제에 대해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다. 1976년 물가안정법이 제정되고서 4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 정부는 마스크 품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홈쇼핑 업계 유일한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에서 마스크 100만개를 ‘노마진’으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노마진이라고 강조하던 마스크 가격은 민간 홈쇼핑 가격보다 더 비싸고, 판매방식도 방송 시간을 미리 알리지 않는 ‘게릴라 방식’이라 도대체 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영홈쇼핑이 ‘공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배짱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영홈쇼핑의 설립목적은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판로 지원이다. 2018년 1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공영’이라는 타이틀이 결코 허투루 붙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영홈쇼핑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행적을 살펴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마스크 대란에 대한 대응은 말할 것도 없다.


장당 1000원 게릴라 판매…이게 최선인가요?
끝나지 않는 방만경영 논란…신뢰회복 멀었다

지난 10일 국내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공영홈쇼핑’이 한때 1위에 올랐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중계되고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수상여부에 이목이 쏠리던 바로 그 시점에, 공영홈쇼핑이 핫이슈로 치고 올라왔다. 공영홈쇼핑에서 보건용 마스크 100만장이 노마진으로 판매된다는 언론매체의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아카데미 상보다 마스크가 더 궁했다.

공적통로 마스크 100만개 공급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0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공적 유통채널인 공영홈쇼핑을 활용해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전국 마스크 제조업에 43곳에서 생산한 마스크 100만개와 손소독제 14만개를 확보해 오는 17일부터 긴급 방송을 편성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공영홈쇼핑은 우선 17일에 손소독제 2만개(4000세트)를, 19일에는 마스크 15만개(3750세트)를 판매한다. 한정된 물량 때문에 고객 1명당 각 1세트로 구매를 제한한다.

마스크 가격은 최근 시중 유통가격이 개당 30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해 개당 1000원 선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는 온라인몰과 모바일 판매는 제외하고, 방송을 통한 전화주문, ARS 주문만 받는다. 방송시간도 사전에 알리지 않고 ‘게릴라 방송’으로 진행한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는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품귀현상에 가격까지 급등한 상황을 고려해 이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준비한 방송”이라며 “추가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추가방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K TV 국민방송 캡쳐


가격·판매방식 전부 불만
공영홈쇼핑은 공익을 위한다며 기껏 노마진과 게릴라 판매를 내세웠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가격이 문제다. 노마진이라더니 개당 가격이 1000원으로 책정된 것은 어불성설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KF94 마스크 1장당 출고가는 200~300원 수준이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이후 출고가가 치솟았지만, 정부가 “마진 없이 판매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국민들은 정말 마진 없는 가격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개당 1000원은 기대한 가격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7일 KF마스크 세트를 판매한 NS홈쇼핑의 경우 장당 579원에 내놨고, 지난 9일 현대홈쇼핑은 동일한 등급의 마스크를 장당 665원꼴에 판매했다. 공공기관이 민간기업보다 못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책정된 가격은 배송비만 추가된 노마진 가격이 맞다”며 “저렴하게 판매한 다른 홈쇼핑 업체들은 아마 코로나 사태 이전에 확보한 물량을 판매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그 가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송 시간을 사전에 알리지 않는 게릴라 판매방식도 논란이다. 일부 소비자의 사재기를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대다수 선량한 소비자의 불편은 외면했다. 홈쇼핑 특성상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만 주문할 수 있는데, 그럼 온종일 방송을 보고 있으라는 말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11일 게릴라 방식으로 마스크를 판매한 홈앤쇼핑의 경우 83만장이 7분 만에 매진됐다. 당시 인터넷커뮤니티에는 게릴라 방송 소식을 전하는 게시글들이 발 빠르게 올라왔지만, 워낙 방송시간이 짧고 물량도 한정적이라 뒤늦게 시도했다가 구매에 실패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한차례 마스크 판매방송을 했다가 서버다운 등 된서리를 맞은 현대홈쇼핑은 아예 예정된 판매 방송을 취소하고 물량을 자사 온라인쇼핑몰로 돌렸다. 공영홈쇼핑도 방송 판매만 고집하지 말고 판매방식을 다각화하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한 게 가장 크다”며 “현재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방송을 긴급 편성해 판매하는 게 가장 낫다”고 말했다.

특정 계층에 마스크 공급이 집중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홈쇼핑 주고객층이 50대 이상이다. “이분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쇼핑에 익숙하지 않아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분들에게도 마스크 구매 기회를 주는 게 공정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을 이용한 정부의 마스크 공급은 해당 채널을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배제하는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 공영홈쇼핑 홈페이지 캡쳐
상황이 이런데 공영홈쇼핑은 자사홈페이지에 ‘공영쇼핑, 실시간 이슈 검색 1위’라는 글을 올리며 한심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해당 글에서 공영홈쇼핑은 “오스카상 시상식이 생방송으로 나가고 봉준호 감독이 주목 받고 있는 시각에도 봉 감독을 제치고 공영홈쇼핑이 핫이슈로 부상~!!”이라며 자신들의 유명세를 과시했다.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많은 고객들께서 온종일 홈쇼핑 화면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냐고 화를 내십니다”라면서도 “고객들의 따가운 질책을 각오하고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입장을 넓게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에둘러 사과했다. 하지만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신뢰도 바닥…환영 받지 못하는 이유
공영홈쇼핑에 대한 비판여론이 드센 이유는 그간 쌓은 신뢰도가 이미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공영홈쇼핑의 게릴라 판매 방식에 대해 ‘안 그래도 물량이 적은데 내부 직원들이 먼저 알고 다 사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공영홈쇼핑 직원들이 백수오 제품의 TV 홈쇼핑 판매가 재개된다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여 시세 차익을 거뒀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공영홈쇼핑을 바라보는 뭇시선이 따가운 이유다.

공영홈쇼핑은 2018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최근 4년간 누적적자가 400억원에 달하는 등 자본금 절반이 잠식된 상태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신사옥을 추진하려다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최창희 대표는 경영정상화 후 신사옥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임원들 연봉을 감축한 것 말고는 마땅한 자구노력을 보이지 못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공공기관으로서 마스크 공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이 공영홈쇼핑의 부끄러운 현주소 아닐까.

 

(사진제공=K TV, 공영홈쇼핑)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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