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수혁 칼럼니스트]통계의 역사는 역학(疫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사회에서는 전염병이 창궐하면 신부에게 환자를 보여 기도를 드리거나, 사혈(瀉血)을 해서 더러운 피를 빼야 한다는 식의 무분별한 처방이 유행했다.

 

유럽인들이 질병과 사망의 관계를 매우 구조적으로 확인하기 시작한 것은 사망표라는 것을 작성하면서부터다. 1665년 런던에 거주하던 상인 그랜트는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의 성별, 거주지, 직업 같은 것들을 표에 기록해 매주 교회 주보에 발표했다. 이것이 훗날 보험사 등에서 활용하는 생명표의 원형이 되었다. 

 

오늘날 의료보건 분야에서 통계는 매우 중요한 도구다. 예전에는 질병이 발생한 이후 환자의 생존 여부, 기간 등을 추정하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특정한 질환이 몸에 나타날 시 어떤 물질과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까지 세밀하게 파악해 준다. 특히 환경 공해나 중금속 오염 등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 대해서는 거의 매년 건강보건조사가 이루어 진다.  

 

어느 지방언론이 요즘 낙동강 상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영풍 석포제련소와 관련하여 봉화군 주민들의 건강보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지난 3년간 봉화군 주민 711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다.

 

이 언론은 “지역 주민들의 소변과 혈액에서 검출된 중금속인 카드뮴과 납 농도가 한국 국민 평균보다 각각 3.47배, 2.08배 높다”고 전하며 “9년 동안 암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다른 암은 전국 평균에 머물렀지만 신장암 발생률은 전국 대비 2.2배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 언론은 석포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중 일부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통계학에서는 A라는 변수와 B라는 변수 간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 추정을 통해 상관계수가 도출되더라도, 해당 내용이 충분히 유의미한 설명력을 갖지 못하면 데이터가 무의미해 진다.

 

그러나 해당 언론은 ‘신장암 발생률’이라는 데이터가 일반 대중들에게 공포감을 환기시키는 데 매우 탁월하다고 보고 정작 정밀한 통계적 진실을 전달하는 데에는 게을렀다.  

 

영국의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통계는 거짓말에 가장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통계 결과를 두고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실을 왜곡할 때 이 가설은 매우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 통계를 잘못 해석하거나 제대로 일반대중에게 공유하지 않을 때에도 통계는 거짓말이 된다. 특히 석포제련소 문제와 같이 직접적인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스페셜경제 / 최수혁 칼럼니스트 speconomy@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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