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중도보수’ vs ‘중도개혁·제3의길’

▲ 바른미래당 문병호 최고위원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4·3보궐선거 이후 두 달 넘도록 이어지는 바른미래당 갈등이 또다시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는 추세다. 이번에는 ‘정체성’ 갈등이다.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정체성과 관련한 최고위원들 간 설전이 오갔다.

시작은 문병호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최근 유승민 전 대표가 대학 특강에서 ‘손학규 체제가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손학규 체제가 어떤 정체성을 지향하기에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냐”며 “손학규 체제는 중도개혁이나 제3의길을 지향한다. 누구보다 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지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 최고위원은 “그런 비판을 하는 유 전 대표야말로 당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건전하고 개혁적 중도보수가 당 정체성인 양 주장했는데 (바른정당·국민의당)통합 선언문이나 창당 정강정책을 읽어보고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선언문, 바른미래당 정강정책 어디를 봐도 건전하고 개혁적 중도보수를 지향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통합의 방점은 보수가 아닌 개혁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 전 대표는 합리적 중도와 개혁보수가 결합되면 개혁적 중도보수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지나친 견강부회(牽强附會)”라며 “당을 살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 발언하는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

이에 대해 이준석 최고위원은 “2018년 발표된 합당선언문 5항에는 ‘이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정치혁신을 바라보는 국민 여망에 부응코자 한다’는 문구가 명확히 있다”고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선언문은 단순히 누군가 일필휘지로 쓴 것이 아니라 합당 과정에서 상당한 교감을 통해 마련된 당의 근간이 되는 문서”라며 “과정에 참여하지도 않고, 자구 하나 수정하는 과정에 참여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문 최고위원은 다시 “합리적 중도와 개혁보수가 만났으니 당 내에 중도세력과 개혁보수 세력이 병존하는 건데 그걸 유 전 대표는 중도보수로 귀결되는 것처럼 말했다”며 “유 전 대표 발언이 창당정신에 배치됐다는 게 아니고, 일부를 전체인 양 오해했다는 것”이라 부연했다.

아울러 “보궐선거 득표율 때문에 손 대표 퇴진 이야기 하지 말고 당 정체성을 두고 토론했으면 좋겠다”며 “당 정체성이 어떻게 가야하고, 어떻게 세워지고, 거기에 손학규 체제는 부합하는가 이런 논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저희는 보선 결과를 퇴진 사유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선 결과는 당 정체성 혼란으로 국민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현상적인 측면”이라며 “애초에 지적한 것도 정체성 논의를 하고, 지금 노선이 맞다면 재신임을 받아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됐다”고 답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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