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농협하나로유통’이 카드 결제중계(VAN) 사업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금융당국에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밴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세 밴사들은 밴 업계가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 등으로 타격을 받는 데다가 농협까지 밴사업에 나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농협경제지주 산하 농협하나로유통을 새로운 밴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 2015년 3월 농협중앙회의 마트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됐다. 그러다 그해 5월 농협경제지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생필품·공산품·농산물을 일괄 구매해 전국 하나로마트 등에 공급한다. 통협하나로유통은 각 지역의 농협 판매장이 개별적으로 맡아온 식자재용 상품 구매도 전담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하나로유통이 밴 사업을 등록한 것은 전국 하나로마트나 각 지역의 농협 판매장에서 이뤄지는 카드결제 승인·중계와 단말기 설치도 맡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농협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자체 밴사를 통해 캡티브마켓(내부시장)에 집중하겠다. 직영점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당분간 추가 가맹점 모집·관리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밴 시장 진출은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농협하나로유통 측은 현재 10곳이 넘는 밴사는 농협하나로유통 지역본부나 지역농협 단위별로 개별계약을 체결한 상황인데 이로 인한 비효율이 적지 않다고 설명하며 유지보수나 관리비용 등의 비효율을 언급했다. 지난 2017년 기준 ‘NH’ ‘농협’ 브랜드를 보유한 유통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카드결제 규모는 8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체카드거래액(788조원)의 약 1.1%에 해당한다. 농협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새로운 지급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농협하나로유통이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대납받아온 정황이 드러나 금감원 조사 끝에 검찰에 형사고발됐고, 현재 수사중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 2015년 전산시스템 유지 등의 명목으로 5개 밴사로부터 20억원 정도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가 있는 상황이다. 농협하나로유통 관계자는 무죄를 주장하며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는 전국의 영세 판매장들을 대신해 일괄로 리베이트를 수취하고 한푼도 남기지 않고 이를 각 판매장에 내려보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2015년 1월 연매출이 1000억원(2016년 3월 재개정을 통해 3억원으로 조정)을 상회하는 가맹점은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못 받도록 여전법을 개정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밴 등록제가 시작된 후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업체가 밴 사업을 신청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농협하나로유통 사례는 보기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밴사 관계자는 “더이상 리베이트를 못 받으니 되니 직접 업무를 하겠다고 나선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등록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할지 말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 요건만 넘기면 밴 사업자로 등록하게 돼 있는 현행 법규상 미룰 수 없었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아니다’라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밴 사업은 여전법상 결격 사유가 없고 자본금과 시설·장비·기술능력 등 조건을 갖추면 등록증을 주게 돼 있다.

기존 위탁 업무를 담당하던 밴사는 농협이 직접 밴 사업을 영위함에 따라 당장 카드사로부터 받을 수수료가 줄어들게 된다. 본업인 중계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밴사들에게는 악재가 겹친 셈이다. 금감원이 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99.1%)하는 13개 밴사로부터 조사한 작년 영업실적에 따르면 중계수수료 수익은 1조1397억원으로 나타났다. 거래건수 증가에도 전년 대비 123억원(1.1%) 줄었다. 이와 관련, 한 밴사 대표는 “골목상권 격인 결제중계업에 대기업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어 영세업체의 줄도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농협하나로유통)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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