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정부가 들썩거리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 분양가 상한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건설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해외수주가 가뜩이나 부진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 및 개발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한 기준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북위례 등과 같은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하고 승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주택법에서도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직전 3개월 동안의 해당지역 집값 상승률이 해당지역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어서야 하는 것 외에도, 직전 12개월간의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등의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규정을 완화해서 민간택지에도 적용하면, 시세와 상관없이 땅값과 건축비 등을 기준으로 분양가가가 결정돼 분양가가 현재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분양가가 떨어지면 사업성도 악화되면서 사업지에 따라서는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뒤 건설사들의 공급물량이 대폭 감소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까지 맞물리면서 서울 지방 입주물량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전례가 있었던 만큼 건설사들은 다시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외수주 부진으로 인해서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국내 주택사업 부문까지 쪼그라들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건설사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7월 현재 국내 건설사들의 총 수주금액은 약 120억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 178억원달러에 비해서 32%나 줄어들었다. 이는 UAE(아랍에미리트 연합) GAP(루와이스 가솔린 및 아로마틱스) 수주가 2020년으로 미뤄지는 등 UAE에서의 수주가 10분의 1로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은 이 같은 안팎의 악재로 인해서 주가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9일 코스피 시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닷새째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장중 3만 765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인데, 분양가 규제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단 HDC현대산업개발뿐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 주택부문 비중이 높은 다른 건설사들 역시도 주가가 하락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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