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청년 고용 문제의 원인을 ‘고학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자리에 비해 학력수준이 대체로 과한 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로, OECD 평균인 54%보다 낮았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4.3%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는 한국 청년층이 학업에 종사하는 비중은 높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OECD의 분석이다.

한국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70%에 달한다. 한국은 OECD 모든 국가들 중에서 25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층이 가장 ‘고학력’인 나라에 속한다. 그러나 그만큼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18일 OECD ‘한국 청년 고용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층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일·학업을 병행하는 비중이 낮았다. OECD 평균은 25%인데 한국은 12.5%에 불과했다.

특히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고학력 청년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들이 많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 청년 중 니트족 비중은 18.4%로 OECD 평균(13.4%)을 웃돈다. 니트족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45%로 OECD 평균(18%)을 훌쩍 뛰어넘는다.

OECD가 진단한 한국의 청년 고용 문제는 한 마디로 ‘과잉 스펙’이라는 것이다. 높은 교육열로 청년층 학력은 높은 데 비해 일터에서 학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학력 프리미엄’이 높은 편도 아니다. 교육에 투자한 비용보다 임금 수준이 낮아 ‘투자 대비 효용성’이 낮다는 것이 OECD의 지적이다.

실제로 2017년 기준으로 전문대 졸업자의 29%, 대졸자의 18%가 고졸자 평균 임금보다 소득이 낮았다.

등록금 및 재학기간 포기한 소득 등을 감안하면 재정적 측면에서 고등교육의 효용이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상 청년 상당수인 대졸자의 44.5%, 대학원 졸업자의 78.5%도 현재 일자리에 비해서 자신이 공부한 수준이 과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OECD는 결국 고학력을 쫓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학벌·간판’에 매몰될 뿐 직업을 고민하는 경험이나 시간이 부족하고, 취업을 하더라도 과도한 스펙이 청년들의 직업 만족도를 낮추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OECD는 어릴 때부터 ‘직업 인식’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OECD는 “고학력 청년들을 대상으로도 직업 상담과정을 확대하고, 학교별 직업 진로 수준을 측정해 일자리 매치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직업계 고등학교 투자를 통해 직업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인턴십 등 직업현장 학습, 학령기의 직업 진로지도 등이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니트족 등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청년층이 취업성공패키지에 더 많이 참여토록 유도하고, 민간 고용서비스 기관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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