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상대국 명칭도 ‘그룹A~D’로 변경…韓, 그룹A→그룹B ‘강등’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일본이 자국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7일 공포했다. 지난 2일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이날 결정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전 한국을 수출관리상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관보에 게재했다.

오는 28일부터 일본 기업은 군사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1,120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일반포괄허가가 아닌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아햐 하는 등 수출 절차가 대폭 강화된다.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로 구분하지 않은 ‘비전략물자’도 대량살상무기(WMD) 등 군수적 또는 기타 금지대상 우려 용도로 운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는 ‘캐치올(Catch-All) 제도’ 또한 적용된다.

그러나 비전략물자가 군수적 용도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수출국인 일본 정부의 결정에 따르는 관계로,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이라면 일본 측의 자의적 판단 하에 한국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 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개정 시행령(정령)에 공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한국을 백색국가 분류에서 제외 한다고 밝혔다. 2019.08.07

일본은 수출 허가를 ‘포괄허가’와 ‘개별허가’로 구분한다.

포괄허가는 여러 수출 건에 대해 한 번의 허가를 통해 3년 간 유효한 것으로 의제(擬制)하는 허가로 통상 일주일가량이 소요되지만, 개별허가는 수출 건별로 6개월마다 경제산업성의 사전 심사를 거쳐 최대 90일까지 소요된다.

단 1,120개의 전략물자 중 ‘비민감품목’에 해당하는 857개 품목에 대해 수출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보이는 기업은 일본 정부로부터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아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주는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에 올라있지 않았던 중국·대만·싱가포르 등이 그동안 생산에 차질을 겪지 않았던 것도 이 특별일반포괄허가 덕분이었다.

다만 특별일반포괄허가라 해도 일반포괄허가보다는 절차가 복잡하고, 특별일반포괄허가가 적용되는 품목 자체에 제한이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혜택을 폐지하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계기로 일본은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A, B, C, D 네 그룹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기존의 화이트리스트 지정국은 ‘그룹A’에 해당된다. 미국, 영국, 한국 등 27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올라 있었지만 일본의 한국을 제외하며 26개국이 이에 속하게 됐다.

그룹A 국가는 기존 수출 우대국과 마찬가지로 일반포괄허가를 받으면 3년 간 개별허가절차를 면제받는다.


‘그룹B’는 핵물질 관련 핵공급그룹(NSG), 화학·생물학무기 관련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무인항공기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일반 무기 및 첨단재료 및 범용품 관련 바세나르 체제(WA) 등 4대 수출통제 체제 가입국이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가로, 그룹A에서 제외된 나라가 포함된다.

‘그룹D’는 수출관리 업무상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판단되는 국가로 북한, 이라크 등 10개국이 이에 해당되고, ‘그룹C’에는 그룹A, B, D에 속하지 않은 대부분의 국가가 포함된다.

한국은 이번 새 기준으로 따지면 그룹A에서 그룹B로 강등된 셈이다.

그룹B에 속한 국가들은 일반포괄허가 대신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그룹A와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그 절차도 복잡하다.

또 원칙적으로 수출기업의 자율적 관리에 일임하는 그룹A와 달리 그룹B는 정부가 강제하는 규정을 준수하고 현장검사도 받아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수출관리 제도에 대한 국내외 실무자와 관계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명칭을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이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닌 수출무역관리 상 문제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 풀이한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국제 사회를 향해 ‘이번 한일 무역갈등은 안전보장상 조치일 뿐 보복조치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여론전을 시작할 것이라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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