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12.31.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해 준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했을 당시 자유한국당이 경고했던 페이퍼정당이 창당 전부터 좌초 위기에 놓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당이 등록한 ‘비례자유한국당’의 불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한국당은 비례의석 확보에만 매진할 위성정당의 당명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정하고,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창준위 결성신고서 접수가 정당명칭 사용 허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9일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비례자유한국당’은 기존 정당과 유사한 명칭으로, 불허 결정이 날 가능성이 있다.

정당법은 신규 등록하는 창준위 및 정당 명칭은 기신고된 창준위 및 등록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하게 구별돼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일단 ‘비례자유한국당’은 선관위 창준위 명단에 오른 상태지만 ‘(가칭)’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선관위 결정이 내려진 당명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창준위 중 ‘비례’, ‘자유’, ‘한국’ 등의 이름을 달고 있는 건 △자유민주당(가칭·등록연월일 2019.07.15.) △통일한국당(가칭·2019.09.24.) △비례한국당(가칭·2019.10.23.) △자유당(가칭·2019.11.26.) △비례민주당(가칭·2019.12.30.) △비례자유한국당(가칭·2020.01.06.) 등이다.

이들이 모두 정당으로 정식 등록 되면 비례민주당과 자유민주당을 제외하더라도 총선 당일 한국당과 혼동의 소지가 있는 정당은 4개가 된다.

 

난감한 한국당…“이대로면 총선 참패”


지난해 12월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각 당이 얻는 의석수를 계산한 결과, 페이퍼정당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의 예상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35석(+6석), 한국당 106석(-2석), 바른미래당 17석(-11석), 정의당 13석(+7석)으로 나타난 바 있다.

 

▲ 여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23일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토대로 21대 총선 의석변화를 비례대표 중심으로 계산한 결과. (그래픽=강민철 디자인 팀장)

그러나 한국당만 페이퍼정당을 출연시킬 경우에는 민주당 128석(-1석), 한국당 120석(+12석), 바른미래당 16석(-12석), 정의당 7석(+1석)으로 나타났다.

▲ 여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23일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토대로 자유한국당만 비례정당을 구성했을 때 21대 총선 의석변화를 계산한 결과. (그래픽=강민철 디자인 팀장)

다만 한국당에 맞서 민주당까지 페이퍼 정당을 만들면 오히려 민주당-한국당의 의석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23일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토대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비례정당을 구성했을 때 21대 총선 의석변화를 계산한 결과. (그래픽=강민철 디자인 팀장)

이는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3일 발표한 정당지지율(민주당 39.9%, 한국당 30.9%, 정의당 6.6%, 바른미래당 4.8%)을 득표율로 간주하고, 차기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현 지역구 의석을 그대로 이어갈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3% 미만 지지율을 얻은 정당은 봉쇄조항(비례의석확보 최저 득표율)에 걸리는 것으로 간주해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사의뢰 YTN. 조사기간 16~20일. 조사대상 2,508명.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2.0%p.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4개 정당 지지율의 총합이 82.2%인 관계로 이를 100% 기준으로 환산했다. 이에 따른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 48.54%, 한국당 37.59%, 바른미래당 5.84%, 정의당 8.03%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으로서는 페이퍼정당을 만드는 것이 이득이지만 이 경우 개혁입법을 스스로 좌초시킨 셈이 돼 한국당과 달리 공식적인 비례정당 창당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재 창준위 목록에 올라있는 ‘비례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관련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한국당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한 정당이 다른 정당에 대한 선거운동이나 홍보를 펼칠 수는 없다. 즉 한국당 차원에서 비례표를 ‘비례자유한국당’으로 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퍼정당 명칭을 자유한국당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하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는 선관위가 ‘비례자유한국당’ 불허 결정을 내린다면 총선 전략을 원점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에서는 ‘비례’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제3의 명칭으로 다시 내놓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총선 당일 바뀐 명칭으로부터 자유한국당을 연상시키지 못할 경우 비례투표가 갈라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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