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대규모 자금 조달 같은 주가 상승 요인 소식을 알렸다가 갑자기 계획을 취소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상증자로 수백억원대 자금 유치 소식을 밝혀 주가가 오른 뒤 오늘 내일 하며 대급 납부일을 늦추다가 결국 취소됐다고 알리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이 유상증자 취소 등에 대한 제재 규정을 강화하며 대응하고는 있지만 투자자들이 입는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평균 100억대 유상증자 무산 속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무산됐다는 공시는 총 11건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치면 총 1242억원이다. 평균내어 보면 한 건당 110억원대 유상증자 계획이 철회된 셈이다.

회사별로 금액을 보면 매직마이크로(127160)와 유테크(178780)(2건)가 300억원(이하 최초 공시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파버나인(177830)(150억원), 데일리블록체인(139050)(120억원), 네오디안테크놀로지(072770)(80억원), 파인넥스(123260)(72억원), 아이엠텍(226350)(70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매직마이크로는 작년 9월 브로드라인 캐피탈(Broadline Capital XV LLC) 등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전월 19일 납입 대상자들이 대금을 납입하지 않았다며 철회 소식을 발표했다.

유상증자 취소는 물론 대급 납일이 오늘내일 하며 늦춰지는 곳도 적지 않다. 올들어 50억원이 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3회 이상 납입 지연을 알린 상장사는 10곳으로 나타났다. 아리온(058220)은 지난 2016년 12월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현재까지 8차례 납입이 연기됐다. 다믈멀티미디어(093640)(250억원)와 GV(045890)(134억원) 또한 각각 작년 8월과 10월 공시한 유상증자가 미뤄지고 있다.

호재성 소식에 투자…거래 정지되기도


제3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십억원이 넘는 유상승자는 증시에서 통상 호재성 소식이다. 일반 공모보다 높지 않은 할인율에 주가 희석 우려를 줄이면서 자금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상장사들은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상증자의 불확실성은 투자 리스크로 이어진다.

작년 11월 두차례에 걸쳐 3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유테크는 동월 주가가 35%나 올랐다. 경영권 변경과 더불어 2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시장의 관심은 증폭됐다. 그러나 납입이 수차례 늦춰지면서 주가는 떨어졌다. 전월 30일 전환사채와 함께 총 500억원대의 자금 조달 계획이 취소됐다는 발표가 나자 주가는 주가는 1320원으로 작년 11월 고점(3900원) 보다 66%나 하락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230억원으로 기업가치가 조달하려던 액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유상증자 소식을 공시해 투자자들을 호도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존속 여부가 불확실한데도 무리하게 자금 조달에 나섰다 성사되지 못한 경우다. 유상증자 무산이나 장기 지연 상태인 경남제약(053950) 에이앤티앤(050320) 지와이커머스(111820) 지투하이소닉(106080) 파인넥스(123260) 등은 감사의견 비적정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사유가 나타나 거래중지 상태다.

리스크 회피 방안 못마땅해…과징금 1000만원대 수준


한국거래소는 유상증자를 취소하거나 최초 납입일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진 기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혹은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산상 피해 규모에 비해 제재 수준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20억원대 유상증자를 취소한 데일리블록체인은 거래소로부터 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데 그쳤고, 작년 12월

한국거래소는 유상증자를 취소하거나 최초 납입일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지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혹은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재산상 피해 규모에 비해 제재 수준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20억원대 유상증자를 취소한 데일리블록체인은 거래소로부터 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는 것에 그친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이엠텍이 유상증자 철회로 벌점 4점을 받았다.

게다가 무조건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유상증자가 무산됐다고 공시한 11건 가운데 4건(36%)은 아예 불성실공시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구체적 투자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면책 사유가 있으면 벌점 등 조치를 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에는 적극 소명하고 정작 투자자들에게 납득할만한 이유를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 유상증자 관련 정정공시에 대상이 납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다. 자금 유입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입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상 투자 유치 활동도 있지만 단순 주가 상승을 노려 자금 조달 공시를 악용하는 사례도 꽤 있다. 공시 관련 제재가 강화됐고 거래소 고의 여부를 가린다고는 하지만 사후 제재에 불과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땅한 리스크 회피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출처=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