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향후 북한의 경제구조에서 군수공업의 비중이 낮아지고 민생경제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같이 바라보며 “현 대북제재가 북한경제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재에 몰린 김정은이 앞으로 구조개편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김일성·김정일 때에는 북한경제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경제국방병진노선’을 내세우며 군수공업이 민생경제보다 항상 우위에 있었다”며 “김정은 대에는 ‘핵경제병진노선’을 내세우며 몇 년 동안 자금을 퍼부어 질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난의 행군’ 때 김정일은 수백만의 아사현상을 보면서도 군수공업 예산을 한푼도 민수로 돌리지 못하게 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이런 경제구조로 장기전에 뻗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 전 공사는 “군수공업이 밀집된 자강도당 위원장 김재룡을 내각총리에 임명하고, 군수공업을 주관하던 이만건이 당 부위원장으로 옮겨 앉는 등 지난 수십년 간 군수공업에 ㄷ종사했던 사람들이 민수공업 쪽으로 돌아 앉고 있다”며 “군수공장이 민수공장으로 구조개편되면 국가도 그들을 먹여 살리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면 국가예산증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부연했다.

이어 “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군수공업을 줄이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 자체가 현 대북제재가 북한경제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제재에 몰린 김정은이 앞으로 ‘제재 장기전에 자력갱생으로 뻗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방공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는 구조개편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현실인정방향으로 많이 돌아서고 있으며 김정은도 북한통제의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최근 인선을 통해 북한이 2인자도,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체제도 없는 김정은 유일체제가 더욱 굳건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외형상 북한이 정상국가에 좀 다가갔다고 볼 수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김정은의 ‘일인절대권력구조’가 더 강화됐다”며 “북한에서 권력을 서열 순이 아닌 ‘간부권(인사권)·표창권·책별권’이 있는지와 ‘수령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최룡해가 북한 모든 실정을 장악통제하는 당 조직지도부 청사를 떠나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외국사절 외에는 별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청사로 이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빠졌다는 것”이라며 “박봉주 내각총리가 당중앙위원회 청사로 들어가는데 당청사로 들어가 북한경제사령탑에 새로 앉은 김재룡을 당적으로 후원해주라는 의미지 최룡해가 담당했던 조직지도부를 박봉주가 담당한 것 같지는 않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앞으로 1~2년 정도는 당 부위원장으로 올라 앉은 리만건이 당조직지도부를 이끌 것이며 실권을 김정은을 측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조용원 제1부부장에게 많이 쏠릴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남북관계와 대미관계까지 주도해 오던 김영철의 대남라인의 힘은 좀 빠지고 앞으로 대남사업은 김영철의 통전부가, 대미사업은 원래대로 외무성이 전담하는 쪽으로 분업이 명백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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