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박진우 교수]1960년대 초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한 국가로 성장하였다. 사실 이러한 성취는 엄청난 것이다. 우리 앞의 여섯 국가는 2차 세계대전의 주역 국가들인데 식민지 중 하나였던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급격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성장을 빼 놓을 수 없다는 것을 거의 모든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에 자만할 때가 아닌 듯싶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5위의 제조강국이다. 원래는 독일, 일본, 미국, 한국, 중국 순이었는데 지난 2015년부터 중국의 경쟁력이 올라가서 이제는 독일, 일본, 중국, 미국, 한국 순이다. 게다가 한국생산성 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국 중 28위 수준으로서 거의 바닥 수준으로 특히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그리스나 헝가리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한다(한국경제 2017년 10월 12일).

생산성 향상의 딜레마, 해법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해결 방법은 있는 것일까? 지난 수십 년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의 중소 중견 제조 현장을 다수 둘러볼 수 있었던 필자의 견해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단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이룩해야 한다. 왜 생산성이 낮은지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의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싫어한다. 모 자동차 기업의 경우 특정 모델의 주문이 폭주해서 잔업으로도 주문을 다 처리 못할 상황이라 옆 라인의 인원을 특근수당으로 일하도록 하려고 해도 노조가 반대해서 주문량을 다 처리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신문에 보도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사실 선진국은 이러한 문제를 100년 전에 해결하였다.

경영컨설팅의 선구자 테일러(F.W. Taylor, 1856~1915)는 1912년 미국의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을, 아니 세상을 바꾼 유명한 이야기를 한다. 그가 컨설팅에 종사한 수십 년 동안 5인 이상이 동일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공장형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여 최고의 생산성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는 생산성을 올릴 경우 해고될 걱정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명이 일하는 현장이 있다. 한 사람이 하루 10개씩 총 100개씩 생산해 왔다.

만약 인당 생산성을 두 배로 올려 다섯 명이 100개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로 그렇다. 노동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본인 또는 동료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이민노동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던 미국에서는 고용주들이 필요치 않은 노동자는 바로 해고시키고 또 다른 노동자들을 언제든지 새로 고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노사관계는 적대적이었다.

그리고 둘째, 테일러에 의하면 이것이 더 중요한 이유인데 현장에서는 더 일 잘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지속적 업무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고 노사간 화합을 통해 파이를 키우고 그 과실을 나누면 노사 모두 크게 번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관여한 수많은 기업들 중 노동자를 해고한 공장은 하나도 없었고 생산성을 두 배 이상 올리지 않은 공장도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테일러의 증언은 신문 지상을 통해 미국 전역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알려졌고 당시 포드 자동차의 포드가 그 생각에 동의하고 자신의 자동차공장을 변화시킨다. 노동자 봉급은 경쟁사들보다 두 배 이상 지급하면서 자동차 가격은 경쟁사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려 노동자가 자가용을 보유하고 1926년에는 주5일 근무를 세계 최초로 시행하게 된다. 우리가 감탄하는 토요타 생산 시스템(TPS)을 창안한 다이치오노 부사장은 헨리 포드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고 포드의 시스템을 흉내내서 TPS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그 원조는 테일러이다.

제조업 경쟁력의 키워드, 스마트화

필자가 관여한 스마트공장 추진 시 가장 역점을 둔 부분도 기본은 테일러 시스템에 근간을 두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에 밀리는 현상이 보이기 시작하던 2015년 중반 산업통상자원부의 주도로 탄생한 (재)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 사업에서 역점을 둔 부분은 최고경영자 설득이었다.

 

스마트공장은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올랐다고 자연이직 외에는 직원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최고경영자를 설득하고 기업별 피드백 시스템을 유지했다. 특히 자동화나 정보화는 노사관계가 안 좋을 경우 너무도 쉽게 망가질 수 있음을 최고경영자에게 설득하였다.

테일러 시대에 프로세스나 동작 개선만으로도 두 배의 생산성을 올렸는데 현재는 자동화, 정보화 기술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3배의 생산성 향상도 충분히 가능함을 입증해 보였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악세사리를 생산하는 F사는 남자의 근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외국인 노동자 30명을 고용하여 제품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었다. 추진단에서는 직교로봇과 간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이 작업을 여자도 할 수 있는 작업으로 변화시키고 그들 전체가 하던 작업을 동네 주부들 8명이 두 라인에서 하프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작업으로 변화시켰다.

 

지금 그 회사는 일본의 주문까지 소화하기 위하여 여덟 라인으로 증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고용인원도 대폭 증가하였다. 이러한 공장이 스마트공장이고 독일이 높은 인건비에도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얻은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2016년 말까지 스마트공장 구축을 완료한 사업에 대해 2017년 말 전수조사한 바에 의하면 평균 30%의 생산성 향상, 45%의 불량률 감소, 20%의 납기 준수율 향상 그리고 기업 당 평균 2.2명의 고용증가 효과를 보여주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7년 후반기부터는 주관부처가 중소벤처기업부로 변경되었고 현재 스마트공장 추진단은 해체되고 중소기업정보화 경영원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지만 기본 틀을 잘 유지할 경우 스마트공장은 대한민국의 노사관계 개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 제조업 경쟁력 향상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지속적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박진우 교수 기자 speconomy@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