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제기된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에 대해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S&P 킴엥 탄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신용평가 팀장(상무)은 이날 서울파이낸스센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많이 했을 때도 S&P는 한국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탄 팀장은 “현재 북한 입장을 봤을 때 개전하거나 긴장을 고조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정권 안정과 체제를 보장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됐을 때보다 지금 상황이 훨씬 좋다. 북한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두 차례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문제 해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제약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통일되면 남측이 부담해야 하는 재정부담인 우발채무와 안보 리스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쟁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신용등급 상향이 이뤄지려면 안보 리스크가 상당 수준 감소하거나 제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 팀장은 올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북한 관련 리스크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 중국 경제 둔화 등을 지목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부정적인 것은 맞지만 한국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전체 수출액 중 중국을 통해 가공무역으로 미국에 들어가는 비중이 5%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탄 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최근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많이 늘리고 있는데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아울러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와 관련해서는 “단기 리스크로 평가하지 않을뿐더러 위기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도 전망하지도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증가 중이고 추세가 계속되면 경제에 부담되는 것은 맞다. (다만) 한국의 은행 건전성이 상당히 좋은 수준이고 유동성과 재무지표도 우량한 수준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탄 상무를 비롯한 S&P 연례협의단은 전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한 바 있다.

이 면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연례협의와 실제 신용등급이 나오는 것은 크게 관련이 없다. 연례협의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과 정책의 근거를 듣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현재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 이어서 향후 1년 내에는 상향되지 않을 것이며 신용등급이 올라가려면 우선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면담이 끝나고 기재부는 S&P 측이 한국의 탄탄한 경제지표와 정부의 경제발전 의지 및 정책 방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탄 상무는 “한국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국가에 비해 국민소득이 높고 경제가 다변화하고 성장하는 구조. 정부 공공부채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는 지난 2016년 8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상향 조정한 뒤 현재까지 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S&P는 최근 공격적인 재무정책 등으로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당분간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대해 박준홍 S&P 한국기업 신용평가팀장(이사)은 “한국은 수출 주도형 기업이 많아서 신용도가 개선 사이클에 들어가려면 매크로 환경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주력 상품 수요가 개선될지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포인트. 예를 들면 스마트폰 수요가 줄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해 1분기 실적 부진을 예고한 삼성전자[005930]에 대해서는 “반도체가 작년과 재작년에 워낙 좋았기 때문에 최근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도 약한 트렌드를 보면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 디스플레이 패널도 추가공급이 많고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아울러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와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단 크레디트 관점에서 보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은 부정적. 회사 자원이 한정적인데 현금 등 재무자산을 주주에게 환원하면 채권자 원리금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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