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끼 팔로워’ 카투사 vs ‘미스터 국보법’ 군면제

▲() 이낙연 전 국무총리,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서울 종로구가 온 국민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다가오는 4·15 총선 이곳에서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종로는 세 명의 전직 대통령(윤보선·노무현·이명박)을 배출해낸 ‘정치 1번지’여서 이번에는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두 후보는 전직총리, 기독교인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대북관에서 만큼은 극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이번 ‘종로 대결’이 국민 안보관의 풍향계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이 둘의 살아온 발자취를 색다른 시선으로 비교해보았다.

李, 盧정부땐 “낙제수준” 文정권땐 “당신을 사랑”
黃, 종로 조계사서 “절은 못 한다” … 불교계 공분


집권여당과 제1야당 유력 차기 대선주자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문재인 정부)·황교안(박근혜 정부) 전 국무총리. 이 둘은 교회 집사와 전도사로 알려진다. 그런데 황 대표가 좀 더 보수적인 기독교인으로 통한다.

단적인 예로 이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9일 인천 강화군 전등사 대웅보전을 방문해 불상 앞에서 절을 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같은 해 3월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을 방문해 “절은 못 한다”며 불상 앞에서 선채로 합장을 했다. 또 두 달 뒤인 5월 12일에는 경북 영천시 은해사에서 열린 석가탄신일 봉축 법요식에서는 합장 반배는 물론 관불의식(아기부처 목욕의식)도 거부해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같은 기독교 신자지만 불상 앞에서 절의 유무까지 달랐던 두 후보는 대북관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8년 7월 케냐 동포와의 간담회에서 김정은과 관련해 “북한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현하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우민끼·uriminzokkiri)’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follow)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는가 하면, 지난달 20일에는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한 것도 드러나 또 논란이 됐다.

그는 우민끼 팔로워(follower) 논란이 일자 “전혀 기억이 없다. 실수”라며 곧장 구독을 취소했고, 고려투어 팔로우에 대해선 “간혹 실수로 잘못 누르기도 한다”며 “부적절한 상대는 그때 그때 정리하겠다”고 해명했다.

반면 황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 주역’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범여권에서는 ‘철지난 공안검사’ 출신으로 노동·학생 운동을 탄압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황 대표는 공안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을 저술한 별칭 ‘미스터 국보법’으로 ▲김현희 칼(KAL)기 폭파사건 ▲임수경 평양축전참가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점거농성사건 등을 담당한 공안통으로 활약했다.

특히 황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 방문 후 <6·25 통일전쟁론>을 펴낸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수사하며 줄곧 구속의견을 주장하다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는 사자들이 몰려온다…누가 웃을까


그럼 이에 맞서는 이 전 총리는 이때 무얼 하고 있었을까. 그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대변인으로 얼굴을 알렸으며, 후엔 호남계 민주당 의원, 원내대표로서 ‘노무현 저격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들을 내뱉었던 ‘소신파’로 활약했다.

이낙연 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2004년 2월 17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참여정부 외교정책에 대해 “자주를 입으로 외치는 것보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자주적인 결과를 낳는 것, 자주적인 결과를 얻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해 11월 16일 대정부질문에서는 “참여정부가 좌파정부라고 보지 않는다”며 “좌파적이든 우파적이든 정책다운 정책이 없는 것이 진정한 문제”라고 꾸짖었다.

이어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각종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며 “2004년의 대한민국은 마치 시위의 종합전시장처럼 돼 버렸다. 어느 장관은 데모할 국민이 1000만 명쯤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거의 민란 직전 상태라고 보아야 옳지 않겠느냐”고 허를 찔렀다.

이낙연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가 돼서도 집권 3년차를 맞는 노무현 정부를 향해 거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2006년 2월 2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참여정부는 낙제수준”이라며 “군사독재정권보다 더 빈부격차를 키운 반(反)서민적 정권이 돼버렸다”면서 “서민들은 노무현정부에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런 그가 2017년 10월 19일 문재인 정부 총리가 되자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가 참배한 뒤 “나라다운 나라로 사람 사는 세상 이루겠다”며 “당신을 사랑하는 못난 이낙연”이라는 방명록을 남긴 것이다.

이에 친노 성향을 갖고 있는 일부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이 전 총리를 고깝게 보는 시선이 없지 않다는 게 그의 약점이라면, 황 대표에겐 사정이 어찌됐든 병역면제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황 대표는 경기고 시절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지냈지만, 군 복무는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으로 면제 받았다. 반면 이 전 총리는 미8군 제21 수송중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해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이처럼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차기 대선주자군인 두 후보가 20대 대선을 가보기도 전, 종로라는 지역에서 ‘미니 대선’이라는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정치경력 1년인 황 대표보다 기자 20년, 정치만 20년을 했던 이 전 총리가 더 잘 알듯 이제부턴 내부 경쟁자 및 상대 진영의 우는 사자들이 몰려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들쑤시고 들춰낼 것이다.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오는 4월 15일, 누군가에겐 종로라는 신바람을 태워줄 종로구민들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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