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손석희, 조주빈 통해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다

신교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3-26 1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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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손 사장과 호형호제…과천 주차장 CCTV도 내가 제거” 주장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지난해 김웅(50) 프리랜서 기자와 논란이 일은 후 뉴스룸 앵커 자리에서 하차해 잠잠한 줄 알았던 손석희(64) JTBC 대표이사 사장이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범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일명 ‘박사’ 조주빈(25)씨가 25일 오전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면서 “손석희 사장 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손 사장이 자신에게 공갈미수를 한 혐의를 받는 김웅 기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날이였다.

조씨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일부러 손 사장을 거론했고, 도대체 가만있던 손 사장은 왜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야만 했는지 <스페셜경제>가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손석희 “증거확보 위해 조주빈 금품요구에 응했다”
박사 협박에 천만원대 송금…경찰에 왜 안 알렸나

 

, ‘동승자 의혹’ 다시 불거질까봐 꺼렸나

중국 우한시발(發) 코로나19로 국내에서만 확진자 9137명, 사망자 126명이 발생해 전대미문의 아비규환이 일고 있는 25일,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잠시 조주빈에게 쏠렸다.

조씨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스폰(성상납)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여성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 등을 받아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씨의 범행이 악질적이고 반복적이라 판단해 전날 ‘신상정보 공개 심의 위원회’를 열고 그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개정을 추진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에 다라 조씨는 검찰 포토라인에는 서지 못했다.

 

경찰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낸 조씨는 이날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전 광주)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누리꾼들은 조씨가 왜 손 사장을 언급했는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손 사장이 조씨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결국 손 사장은 JTBC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JTBC25일 입장문을 통해 박사방 조씨는 당초 손 사장에게 자신이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손 사장과 분쟁 중인 K씨가 손 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고 손 사장의 입장을 전했다.

 

이어 조씨가 제시한 텔레그램에는 ‘K씨가 손석희 사장이나 가족을 해치기 위해 자신에게 이미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들이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한동안 손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이미 손 사장의 가족들은 태블릿 PC’ 보도 이후 지속적인 테러 위협을 받은 바 있어 늘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사장은 아무리 K씨와 분쟁중이라도 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워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하자 조씨는 금품을 요구했고, 증거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손 사장이 이에 응한 사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도 손 사장이 왜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고, 금품을 송금했는지 여러 의문들이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뺑소니 의혹’, ‘동승자 의혹등으로 곤혹을 치렀던 손 사장이 수사 기관이 개입해 논란이 다시 부각될까봐 경찰 신고를 꺼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 씨.

 

“나는 손 선생, 그는 박 사장이라 부른다”

조씨는 평소 텔레그램에서 자신을 언론계와 정계에 연이 닿아 있는 거물로 꾸며낸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과거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내가 손석희랑 형 동생 하거든 말은 서로 높이는데” ▶“나는 손 선생이라고 부르고 그는 나를 박 사장이라고 부른다” ▶“전화는 진짜 내가심심하면 거는데” ▶“낼 통화 녹음 조금 까줌” ▶“첫날 얘기했듯이 박사장님 심부름 왔다 하면 사장실 프리패스야” ▶“JTBC 가서 박사장님 심부름 왔다 하면 비서 내려와서 거기 화물 엘리베이터로 사장실 안내해줌” ▶“이건 사적인 거라 얘기는 못하는데 그 과천 주차장 씨씨티비(CCTV)랑 블박(블랙박스) 제거한 게 나야” 등 손 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가 손 사장과의 친분을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등장한다. 

이날 연합뉴스가 윤 전 시장 측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권양숙 여사 사칭범에게 속아 공천 대가성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윤 전 시장은 지난해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최 실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서울의 모 기관에서 근무한다는 최 실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인 줄 알고 사기범 자녀들을 도와주셨다는데 자녀 관련 자료를 주시면 살펴보겠다”며 접근했고, 윤 전 시장이 “자료가 없다”고 하자 최 실장은 “JTBC에 출연해 억울함을 해명하는 기회를 갖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최 실장은 당시 JTBC 뉴스룸 앵커였던 손 사장과 잘 안다면서 윤 전 시장을 서울로 불러 JTBC 방송국을 찾아갔고, 윤 전 시장은 조씨가 보낸 최 실장이 손 사장에게 아는 체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 전 시장은 당시 방송 출연 일정을 잡지 못했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 최 실장이 상의하라며 광주로 보낸 젊은 사람을 만나 돈을 건넸고, 최근 경찰의 연락을 받고 사기임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사장은 “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씨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다”며 “흥신소 사장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조씨라는 것은 검거 후 경찰을 통해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왜 이렇게 뜯어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앞서 손 사장은 지난해 1월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식주점에서 김웅 기자와 단둘이 식사하다 폭행을 가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3일 검찰로부터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김 기자 주장에 따르면, 손 사장은 세월호 3주기이던 지난 2017년 4월 16일 밤 과천의 한 교회주차장에 있었고, 주차장에서 차량을 후진하다 견인차와 접촉 사고를 냈는데, 이때 ‘50대 초반 방송계 종사여성’이 동승했다고 한다.

김 기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손 사장이 먼저 ‘JTBC 탐사기획국 기자직’을 제안했다고 주장했고, 손 사장은 김 기자가 불법적으로 취업을 청탁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협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두 사람은 피고인과 증인으로 만나게 됐다.

2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김 기자 공갈미수 혐의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손 사장은 “얼굴 좀 알려졌다고 해서 이렇게 뜯어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나”라며 “피고인과 일이 있고 난 뒤 엉뚱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기자는 재판이 끝난 후 법원 입구에서 영어로 “우파·좌파의 문제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라며 “나는 옳은 편에 있고, 진실도 내 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손 사장은 1000만원대, 김 기자는 1500만원, 윤 전 시장은 수천만원을 빼앗긴 것으로 파악됐다.

JTBC가 정확히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손 사장은 조씨에게 협박을 받아 약 1000만원대의 금액을 송금했고, 김 기자는 ‘손 사장 뺑소니 의혹 관련 영상’을 제공해준다는 조씨의 미끼에 1500만원을 주고 빈 USB를 받았으며, 윤 전 시장은 JTBC 방송을 통해 억울함을 해명할 기회를 주겠다며 청와대 실장을 사칭한 조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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