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불법개설 의료기관인 일명 ‘사무장 병원’의 과잉 진료로 손해보험 업계에선 연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손해보험협회 김용덕 회장은 올해 초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보험사기를 향한 사회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기꾼이 가로챈 보험금을 환수할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같은 손보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전년 대비 9.3%(680억원) 늘어난 7982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며 전체 적발금액 가운데 금감원 조사로 적발된 금액은 약 1300억원, 보험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적발한 금액은 6700억원 가량으로 보험사가 직접 보험사기를 적발한 경우가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금감원이 통계 집계 기준을 바꾼 지난 2009년 보험사기 액수는 3367억원이었고 2014년엔 5997억원, 지난해엔 8000억원 가량을 기록하며 집계 기준 변경 이후 매 해 역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 [사진출처=금감원 홈페이지]

아울러 보험사기는 점점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그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으로 드러나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양대 보험협회인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협회 내에 자체적으로 보험사기조사팀과 보험범죄센터를 운영하며 각 보험사의 특수조사팀(SIU)을 마련해 금감원과 보험사기 적발을 위한 공조 체제의 기초를 닦아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협회는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보험 범죄 방지 유공자 100여명에게 상을 주는 등 보험사기 대응을 독려하며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점점 고도화되는 사기 수법을 뛰어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메리츠화재 SIU 최호진 실장은 “적발한 보험사기는 전체 보험사기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지능화한 보험 사기범과의 두뇌 싸움으로 연일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 동원으로 사기범에 맞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의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IFDS)’이 꼽히고 있다.

또한 보험개발원은 한국신용정보원이 보험사기 적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사고정보시스템(ICPS)을 넘겼다고 전했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면 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이력을 통해 사고 일시와 사고 내용, 치료 이력 등을 한꺼번에 모아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수 있어 이를 활용해 보험사기 여부를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이에 신용정보원 보험정보관리2팀 신현철 팀장은 “축적한 보험금 지급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차 사이드미러(후사경) 등에 일부러 손을 부닥치는 일명 ‘손목치기범’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특별 사법 경찰 제도’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속적인 단속 강화에도 뽑히지 않는 ‘사무장 병원’이라는 뿌리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이는 일반 경찰처럼 수사권을 가진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보험사기단 강경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이 외에도 보험금 과다 청구 등 연성 보험사기도 골머리를 앓게 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은 가운데, 다른 보험사기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연성사기 적발금액이 전체 보험사기 적발액의 75.2%(2017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연성사기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변혜원 연구위원은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연성 보험 사기범은 경성 보험 사기범보다 심리적·사회적 요소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피해자가 없거나 보험사가 나쁘다는 등 보험사기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약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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