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세무사법 개악안 반대 총궐기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발언을 듣고 있다. 2019.09.24.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11일 국회에서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회의를 앞두고 세무사법 개정 문제를 두고 변호사, 세무사들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개정안 통과 여부를 판가름 지을 첫 번째 회의인 만큼 양 측은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문제는 변호사들에게 주어진 세무사 자격이 ‘공짜’인가의 여부다.

현행 세무사법은 사법고시나 로스쿨 등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2004~2017년)한 자에게 세무사 자격은 자동 부여하지만 세무대리 업무는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제한을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9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헌재의 권고에 따라 변호사와 세무사 간 갈등이 점화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등 유관기관 입장을 반영해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성실신고 확인 등은 제외하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법무부는 기재부와 협의가 불충분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지난 8월 국무조정실의 중재 아래 기재부와 법무부는 교육 및 평가를 받는 조건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정부안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결과적으로 변호사의 권한이 확대되며 세무사들의 입지가 좁아진 데 따른 것이다.

세무사회가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내용의 법안(김정우 의원안)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사 업계에 더 유리하도록 실무교육 이수 조항마저 삭제하는 법안(이철희 의원안)이 발의되며 세무사법 개정 문제는 말 그대로 시계제로에 놓인 상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헌재의 불합치결정 대상 항목은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막고 있는 조항이다. 김정우 의원안의 경우 교육이수 등을 통해 이를 가능하도록 했고, 이철의 의원안은 실무교육 과정마저 폐지시킨 상황.

세무사회 입장에서는 김 의원 안을 가장 먼저 논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관철시키는 것이 필수다. 다만 조세소위 결정방식은 ‘표결’ 방식이 아닌 ‘합의’인 관계로 한 명의 위원이라도 세무사회 입장과 다른 의견을 보일 경우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

다만 13명의 조세소위원 중 9명이 공동서명 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세무사회도 나름의 기대는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조세소위원 중 율사 출신(권성동·홍일표)이 있다는 점은 세무사회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조세소위 합의만 이뤄진다면 기재위라는 첫 관문을 넘어서는 게 어렵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개정안의 체계·자구심사를 관장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또 한 차례의 브레이크가 우려된다.

26명 중 5명이 법조계 출신인 기재위와 달리 법사위는 18명 중 9명이 법조계 출신으로, 특히 변호사 측에 파격적인 개정안을 발의한 이철희 의원은 법조계 출신도 아니다. 기재위에서 세무사회가 지지하는 김정우 의원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사위라는 더 큰 관문 앞에서 세무사들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부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권다툼에 국회가 끼어들어 갈등을 격화시킬 경우 내년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변협과 세무사회 직역갈등에 국회의원들이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특정 단체에 유리한 입장을 담은 의견을 내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밝혔다.

<사진 뉴시스>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