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감각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3대 핵심 소재에 대한 대(待)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 사이에서는 ‘탈(脫) 일본’화 바람이 불었고, 그 결과 일부 소재는 국내에서 생산이 시작됐거나 올 상반기 중으로 생산을 시작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불복해 수출 규제에 들어갔던 대표적인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가운데 액체형 고순도 불화수소(불산액)가 국산화 돼 대량 생산에 들어갔고, 조만간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용액에 불순물이 1조분의 1밖에 남아있지 않는 상태인 순도 99.9999999999%(12Nine) 수준의 고순도 불산액은 그동안 국내 생산이 어려워 대부분 일본 수입에 의존했다. 특히 고순도 불산액은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웨이퍼 식각 등에 사용되는 용도다.

국내 화학소재 기업인 솔브레인은 충남 공주시에 불산액 공장을 신‧증설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 산업부 측은 “솔브레인 공장의 신‧증성로 기존 불산액 생산 가능 용량이 배로 늘었다”면서 “국내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불산액의 약 3분의 2를 자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3대 품목 수출규제 이후 첫 번째 국내 소재 자립화 성과”라고 말했다.

또 기체형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불화 폴리이미드) 필름의 국산화도 진행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는 기체형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본격 착수해 올해 상반기 중 생산 및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필름도 국내 외국계 화학회사인 D사가 신규 공장을 완공해 조만간 생산에 들어간다. 다만, 아직도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국산화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을 때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국산화보다는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10나노미터 미만 선폭의 회로도를 그릴 때 사용되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벨기에 등을 통해 우회 경로로 수입해왔다. 또한 지난달 일본 경제산업성이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수출을 한차례 허가함에 따라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아직 별다른 차질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의 국장급 대화와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문제가 논의됐지만, 양국 입장 차가 여전해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국은 이르면 이달 내 서울에서 제8차 수출관리정책대화를 열고 재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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