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출범 31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을 떠나 HDC현대산업개발 품에 안기면서 항공업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LCC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까지 모두 포함한 ‘통매각’ 형태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인수 대상에 포함됐다. 국적 항공사 3곳의 주인이 한 번에 바뀌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추후 자회사 별로 개별 매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의 새 판이 짜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HCD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지난 12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처분 계획에 대해 “앞으로 인수하게 되면 2년간의 기간이 있다. 전략적 판단이 먼저라고 생각된다”며 “지금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러 방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알짜’로 꼽히는 에어부산의 향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운항하고 있는 LCC 6개사 중 4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한때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에서 잠재력이 있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업계 전체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실적이 예전만 못하지만 김해공항 여객 점유율 1위(35%)로 영남권 내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여기에 최근 인천발 국제선 노선을 잇달아 취항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통해 점유율 확보를 위한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대형 항공사와 맞먹는 운항 횟수를 투입하면서도 운임은 저렴하게 책정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경우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이 LCC 1위 제주항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어부산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는 이미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는데, 지난 12일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아직 에어부산에 대한 인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 재매각 여부에 따른 항공업계 지각변동은 현재 곤두박질치는 업황에 달려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보다 업황이 좋아진다면 자회사를 계속해서 소유할 수 있고, 나빠질 경우 에어부산은 물론 에어서울까지 함께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등 신규 LCC 3곳이 내년 초까지 잇달아 취항에 나서는 만큼 LCC업게의 한 번의 구획정리는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HDC현대산업개발이 굳이 자회사를 매각하지 않더라도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항공기 추가 도입과 노선 확대 등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업계 상황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예고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HDC현대산업개발의 선택에 따라 그 변화가 얼마나 커질 것이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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