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09.16.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일본발 수출규제와 연이은 북한 미사일 발사, 조국 파동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바른미래당 갈등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추석까지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손학규 대표의 과거 발언이 다시금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4·3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고, 여기에 안철수계 의원들까지 가세해 혁신위원회 구성을 촉구하자 손 대표는 ‘조건부 사퇴론’을 내걸었다.

혁신위 구성과정에서도 탈이 많았다. 퇴진파는 당 혁신과 관련한 전권(全權)을 혁신위에 일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당권파는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혁신위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손 대표가 제안한 주대환 당무감사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어렵사리 구성된 혁신위였지만 출범 약 열흘 만에 유승민 의원과 주 위원장의 비공개 회동 파문이 일며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 의원이 주 위원장과 만나 손 대표의 퇴진을 혁신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주 위원장이 사퇴의사를 전하자 혁신위원들은 단식투쟁까지 벌여가며 혁신위 정상화를 촉구했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인 오신환 의원이 당무를 보이콧하기에 이르렀다. 권은희·이준석·하태경 최고위원이 4·3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요구하며 한 달여 간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한지 3개월 만이었다.

추석 연휴가 끝난 현재 퇴진파는 손 대표가 당초 약속한 대로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1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손 대표가 언약한 10%의 절반 수준인 5.2%에 그쳤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등 퇴진파들의 요구가 당장 부활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당 공식 일정에 얼굴을 보이지 않던 유승민 의원이 조국 파동을 맞아 최근 원내대책회의와 긴급 의원총회에 자리한 점 등은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보태고 있다.

안철수계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철근 전 대변인은 15일 자신의 SNS에 “손 대표는 더 이상 꼰대 노릇 그만하고 대국민 약속을 지켜달라”면서 “국민과 당원들 눈에는 자리를 탐하는 꼰대로밖에 안 보일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당권파는 이같은 요구를 일축할 것으로 보인다. 퇴진파가 지지율 상승에 같이 노력이나 해 줬느냐는 것이 손 대표의 입장이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문병호 최고위원은 “이당 저당 다 싫다는 무당층이 늘고 새로운 대안정당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보수대통합과 같은 이합집산이 아닌 정치권 새판짜기다. 핵심은 기득권 내려놓기와 새로운 가치·비전 제시”라 말했다.

‘대안정당’, ‘정치권 새판’은 손 대표가 줄곧 강조하던 ‘제3지대’와 맥락이 닿아있다. 거대양당의 정쟁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대안으로 중간지대의 제3정당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당권파로서는 정국이 ‘조국 파동’으로 요동치는 현재 당내 잠재된 갈등이 여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거취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 본문에 언급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9~11일 사흘 간 전국 성인남녀 1,503명을 대상으로 집계.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5%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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