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작년 6월 7일 원·달러 환율은 1069.5원이었고 약 1년 만인 지난 17일에는 1195.5원에 거래되며 126원이 상승했다.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 분위기가 전해진 최근 1개월 사이에만 60원 넘게 올랐다. 높은 상승세가 가라앉은 최근에도 장중에는 오름세를 보이다 마감 직전에야 하락 전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원화 약세 분위기가 외국인 자금 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방대하고 복잡하다. 다만,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불안해지면 대체로 급등하는 흐름을 보여 왔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던 날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3월 3일이었다. 이후 정부의 강력한 안정정책에 하락했던 환율은 2011년 하반기 유로존 재정위기가 커지자 변동성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실시가 있을 시기에는 원화 가치가 올라가곤 했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거나 한국에서 각종 선거가 마무리되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시기에도 환율은 내려가는 경향이 있었다. 원화가 약세로 전환할 때 한국과 밀접한 중국발 경제 리스크가 시장의 주목을 받거나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시기였다.

최근의 환율 상승폭은 금융권의 당초 전망을 벗어나는 수준이다. 올해 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달러화 예금을 파는 은행권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불확실성을 담아 “1150원대 상승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00원에 근접한 1188원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되면서도 수출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확보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경기가 후퇴하고 교역이 줄어들면서 이 같은 장점도 기대하기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017년의 환율 상승이 수출 신장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통념과 달리 일정 기간 거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시아의 여타 신흥국보다는 낫다는 평가지만 세계적 침체 분위기 속에서는 신흥국 통화와의 동조성이 강화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성장 둔화와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주기적 침체, 중국 경제의 약세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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